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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똥이 - [리뷰] 사는 거, 자꾸 제자리를 맴도는 것

효준선생 2013. 8. 28. 00:01

 

 

 

 

 

    한 줄 소감 : 부평초 같은 그의 삶이 조금 편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의 나지막한 나레이션으로 영화 개똥이는 시작된다. 장길복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자기를 모두 개똥이라고 부른다. 개도 못되고 개가 길거리에 싸질러 놓은 똥.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일찍 죽지 말라는 기휘(忌諱)의 의미도 아니고 개똥이라니, 아무리 친근함을 담아 부르는 별명일지라도 화가 날텐데 그는 안색조차 바뀌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부산의 어느 신발공장,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붙인 작은 공장이지만 개똥이에게 그곳은 호구지책의 장이자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그곳에서도 그는 개똥이다. 툭하면 야근에, 툭하면 비아냥대는 작업반장의 폭언도 그에겐 먼 나라 태풍같은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이 일방적인 언사들 사이에서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벙어리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고 아닌 경우엔 잠자코 있는 것이다. 그에게 사회성의 결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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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후유증과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서른 즈음의 한 남자의 눈으로 본 세상앓이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다 못해 절집의 수도승처럼 보인다. 회사 일을 하고 돌아오면 술을 좀 마시거나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하거나 잠을 잔다. 세간도 없는 방에서 그가 할만한 일이란 꿈 속에서 엄마를 만나는 정도의 것이다.

 

 

 


사장의 아들과 조카는 그에게 거의 유이한 말벗이자 이성으로서의 대상이다. 특히 불쑥 그의 곁에 나타나 그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든 여자는 야누스같다. 철거반대 시위현장에 나타나거나 혹은 그들과 술자리를 하거나 혹은 남자의 꿈 속에서 하룻밤 상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녀의 진면목에 개똥이는 아주 오랫동안 마음 속에 잠재했던 욕구가 터져 나온다.

 

 

 


개똥이에게 그녀는 엄마의 대체제인 듯 싶다. 남성에 의해 성적유린을 당하고 폭력에 무방비였던 그의 엄마. 과거의 회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는 순간, 그는 현실의 그녀를 오버랩해서 본 것이다.


이 영화는 다크한 분위기의 드라마다. 언제쯤 터질지 몰라 긴장을 해야 했고, 수시로 쏟아져 나오는 육두문자 때문에 거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개똥이라는 한 인물이 서식하고 있는 낮은 장소를 표현하고 있으며, 부평초같은 삶을 사는 그에게 안식의 땅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의 엄마가 다시 보이고 그 위로 개똥이는 무엇인가를 달관한 듯 웃으면 걸어간다. 쓰디쓴 익모초를 한 사발 마신 두 모자에게 이 세상은 좀 달콤한 삶을 선사할 수는 없는 걸까 어린이 장길복이 쓴 편지가 엔딩에 등장할 때 비로소 개똥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자신의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독립영화의 히어로 송삼동은 이 영화에서 독보적인 연기를 해낸다. 단 두 마디 대사를 소화할 뿐이지만, 그 대사 두 마디마저 마치 목줄을 쥐어짜듯 내뱉는다. 나머지는 모두 다른 인물들의 대사와 그의 동물적인 반응으로 채워야했다. 필터를 뜯어내고 피우는 담배와 초점을 잃은 듯한 시선, 달마시안 강아지처럼 얼룩이 있는 얼굴로 즐거운 일이라고는 없을 듯한 개똥이 역할에 그의 열연은 돋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개똥이 (2013)

Over and Over Again 
9.6
감독
김병준
출연
송삼동, 이은경, 이설구, 김병준, 지대한
정보
| 한국 | 81 분 | 201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