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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스 - [리뷰] 고독한 승부사의 빛과 그림자

효준선생 2013. 8. 22. 09:00

 

 

 

 

 

   한 줄 소감 : 창의적인 너무나 창의적인, 그래서 외로워 보였다

 

 

 

 

 

 

 

플의 스티브 잡스의 반평생 정도를 다룬 영화 잡스를 보니 그는 창의적 기술자인가, 아니면 독선적 경영자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그가 히피처럼 하고 다닌 대학시절에서 시작해 밀레니엄이 막 도래한 그때 아이팟을 들고 직원들 앞에서 사자후를 터뜨리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한 인물의, 그것도 세상을 변혁이라는 화두로 들썩이게 한 장본인의 이야기를 단 2시간 안에 밀어넣는 것이 무리라는 건 알지만 이 영화는 집요하게도 그와 애플사의 다른 직원간의 인간관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자기 집 차고에서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회로 보드를 만들며 시작한 그의 창업기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정과 함께 그와 함께 했던 무수한 실존인물들간의 때로는 화끈하게, 때로는 야멸차게 관계를 맺고 끊는 그림도 보여준다.

 

 

 


컴퓨터가 막 등장하고 세상의 힘의 절반쯤은 거기서 나올 것임을 직감한 천부적인 판단력,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그 무엇인가에 동물적 감각을 지닌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엄청난 집착과 타인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병적으로 작동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그가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쫒겨나던 때, 그를 쫒아낸 인물은 바로 그가 펩시에서 데리고 온 마케팅 전문가였다.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때만 해도 오너와 CEO의 구분이 명확하지도 않았을 때인데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지 않은 채 그 회사를 세운 사람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인지, 반대로 잡스는 경영이 어려워진 나중에 자신을 불러들인 CEO를 역으로 해고해버리는 과정을 보면서 그에게 세상을 앞서 보는 탁월한 재주만큼이나 자기 사람보는 눈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엔 애플을 대표하는 여러 가지 제품들이 나열된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고루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나 그 당시엔 다들 파격과 신선을 내세웠을 것이다. 사실 애플이 주는 이미지는 새롭기는 하지만 대중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군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정도였다. 매킨토시는 그래픽 전문가들이나 사용하고, 맥북 역시도 독특한 디자인만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이 다루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들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늘 환호하고 열광한다.

 

 

 


이사회는 끊임없이 오너를 견제하고, 오너는 자신이 부리는 직원들에게 질책이상의 처분을 내리는데 아낌이 없다. 최고의 제품은 만드는 자에게서가 아닌 사용하는 자들의 평가에서 나오건만 이들은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을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뭔가 새로운 것들로 국한하는 오류를 저지른 셈이다. 물론 21세기 들어와 아이 시리즈로 애플의 이미지는 새로운 포지셔닝을 한 셈이지만 그런 이유로 이 영화에서의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는 상당히 독선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회사에서의 잡스의 모습과 상반되게 가정에서의 그의 모습은 비중이 덜했지만 딸의 출산과 관련된 일종의 추문, 게다가 자신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등으로 그는 어쩌면 태생적으로 외로운 사람이었을 거란 추측도 해본다. 게다가 한창 일할 때 암투병을 하면서도 그는 보다 혁신적인 것, 보다 사용하기 편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데 골몰해왔다. 그리고 이제 그 결과물들이 하나 둘 세상에 선을 보였고, 이제 잡스는 세상에 없다.

 

 

 


이 영화가 일방적으로 잡스를 찬양하거나 비하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만약 그가 더 살아있었다면 우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그 어떤 것과 만나는 준비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해서 이 영화는 그의 부재가 아쉽다는 정도의 이야기에서 멈췄으면 한다.

 

 

 

 

비주얼부터 꽤나 닮은 배우 애쉬턴 캐처를 보면서, 그의 구부정인 등짝과 동그란 안경, 병색은 완연하지만 총기를 잃지 않았던 눈빛등이 다시 되살아난 듯 싶다. 영화 엔딩 크리딧에 영화 속 배우들의 모습과 실존 인물들의 모습이 대비를 이룬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잡스 (2013)

Jobs 
8.6
감독
조슈아 마이클 스턴
출연
애쉬튼 커쳐, 더모트 멀로니, 조시 게드, 매튜 모딘, 제임스 우즈
정보
드라마 | 미국 | 127 분 | 2013-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