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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크 오브 소로우 슬픈 모유 - [리뷰] 페루에 전해온 삶의 애환

효준선생 2013. 8. 24. 08:30

 

 

 

 

 

 

   한 줄 소감 : 그 지역 고유의 관습과 거기에 순응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애환이 절절하다

 

 

 

 

 

루의 어느 산악 마을, 죽음을 앞둔 노파가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여성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회한과 이제 얼마남지 않은 여생에 대한 쓸쓸한 체념같은 것들이었다. 영화 밀크 오브 소로우 - 슬픈 모유는 남미 페루의 모녀의 삶을 통해 사회관습이 가져온 여성에 대한 질곡을 처연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슬프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자체가 삶의 생로병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어쩌면 그 질곡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여성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죽음은 완료형이 아니다. 남겨진 딸에게도 잔인한 흔적이다. 가난으로 삼촌댁에 머물고 있는 그녀는 엄마의 장례에 쓸 관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관을 살 돈조차 없다. 염을 해둔 시신과 함께 머무는 그녀, 이웃의 소개로 부잣집 식모로 일을 하게 되지만 그녀를 괴롭히는 건 경제력만이 아니다.

 

 

 

 

 

 

 

가난이 주요한 영화 소재로 쓰이면서 연루된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그린영화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파우스타는 태어나기 전부터 슬픈 사연이 있다. 테러군들에 의해 임신한 채로 성폭행을 당한 엄마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여자들에게 성폭행으로 인한 심신공황이외에 또하나의 주홍글씨를 남겼다. 그런 여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른바 ‘슬픈 모유’병을 앓게 된다는, 일종의 미신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가 종종 코피를 흘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그녀의 음부에 감자를 넣어둔 것 때문이다.

 

 

 

 

 

 

 

 

처녀인 그녀가 자신의 소중한 그곳에 감자를 넣어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성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한 비위생적, 관습적인 처치였다. 의사는 그 사실을 주지시켰지만 그녀와 그녀의 삼촌은 여전히 고루한 자신들의 관습을 고수할 뿐이다. 그들에겐 여성으로서의 정상적인 삶, 인권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다들 그렇게 살아왔다는 체념뿐이었다.

 

 

 

 

 

 

 

굉장히 불편한 진실을 내내 갖고 출발했지만 파우스타에겐 식모일을 해서 받을 돈으로 관을 사는 것 말고는 별 관심사도 없고, 정원사의 은근한 추파도 무시해버린다. 영화 속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부잣집 베란다 창문을 설치하는데 그 가격이 바로 관 값에 해당했다. 잘 사는 집은 인테리어 비용에 불과한 그 돈이 누구에겐 지금 당장 삶의 이유가 된다는 사실이, 육중한 대문을 사이에 두고 시끌벅적한 시장과 연결된 그 집이 상징하는 건, 파우스타에겐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부(富)라는 건 그녀에게 다시 한번 고통을 남기고 만다.

 

 

 

 

 

 

 

이 영화엔 결혼식 장면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葬事와 婚事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이 혼사라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장사이니 모두 인간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그 시끌벅적한 결혼식 장면을 멀거니 쳐다보는 파우스타에게 결혼은 언감생심이며, 세상이 여전히 녹록치 않음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 속을 지배하고 있는 감자를 꺼내기로 한다.

 

 

 

 

 

 

페루 영화가 주는 이질감은 어디서 사는 사람이건 삶의 방식이 다르지, 태어나 죽는 과정은 비슷하다는 걸로 상쇄할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한 외모의 그들이 마치 영화가 아닌 실생활의 다큐처럼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사회 관습이 한 개인을 옭아매는 현상과 그걸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이 과연 개인 혼자의 몫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밀크 오브 소로우 - 슬픈 모유 (2013)

The Milk of Sorrow 
10
감독
클라우디아 로사
출연
마갈리 솔리에르, 수지 산체스, 에프라인 솔리스, 마리노 발론, 안톨린 프리에토
정보
드라마 | 스페인, 페루 | 98 분 | 20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