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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스 파이어 - [리뷰] 지금 생각해보면 아련했던 그때

효준선생 2013. 8. 20. 07:30

 

 

 

 

 

 

   한 줄 소감 : 이 소녀들을 보면 럭비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중반 한국 전쟁이 막 끝났을때 미국 소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힌트가 될 만한 영화 한 편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 전주 국제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영화 폭스 파이어가 그것이다. 도깨비 불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10대 청소년들을 주목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그 청춘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개인의 문제에서 서서히 주변의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그 지점에 서 있던 10명 안팎의 그녀들을 보며 누구라도 한 번 쯤은 겪었을 법한 좌충우돌의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흔히 학교다닐때 껌 좀 씹는다는 언니, 누나들을 일컬어 7공주라고 부른 적이 있다. 물론 그때는 그래보는 게 왠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애들에겐 두려움 반, 그냥 무시 반 그런 대상이긴 했지만 그들은 나름 그럴듯한 이름도 붙이고 행동강령도 만드는 식으로 열심히 폼 재고 살았다.

 

 

 


폭스 파이어는 지금을 하는 그 중의 한 명이 남겨놓은 타이핑을 보며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만약 그녀들이 지금까지 살았다면 일흔이 훨씬 넘었을텐데 그녀들의 오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종이도 멸실된 부분이 적지 않다. 나머지 부분은 기억에 의존한 것들이다.

 

이야기는 수학시간에 문제풀이를 못했다고 수학선생에게 망신당한 한 여학생을 둘러싼 몇몇 소녀들의 멋진 앙갚음에서 시작한다. 처음 5명으로 시작한 그녀들의 움직임은 점점 거칠것이 없어진다. 성희롱을 한 큰 아버지를 린치하거나 동물을 사고 파는 가게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그녀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을 하나의 당위성이라고 본 것 같았다. 길거리와 상점 유리창에다 폭스 파이어의 복수라는, 어찌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낙서를 하고 돌아다녔지만 그땐 그렇게 해서라도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5명이던 멤버는 점점 숫자가 불어나고, 그녀들이 신입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반복된다. 목숨까지 바치겠냐고 묻는 장면에선 실소가 터지지만 10명이 넘어가자 슬슬 균열의 조짐이 보이는 것도 그 즈음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응축시킨 결정적 계기는 자동차 절도와 교통사고로 인해 리더 격인 한 소녀의 감옥행이었다. 몇 개월 후 그녀가 출감하자 그녀들은 아예 집을 하나 얻어 합숙을 했고, 경제적으로 쪼들리자 꽃뱀 노릇까지 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학교를 떠나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는 그 또래 여학생들의 다소 보편적이진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녀들의 아지트를 잘 보면 그건 집을 수도 있고 회사같은 조직일 수도 있어 보였다. 여럿이 한데 모여 살면 재미도 있지만 의견충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리더쉽의 존재는 일거에 그런 우려를 털어냈고, 이젠 지금 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의 확충이 문제로 남았을 뿐이다.

 

 

 


영화 후반부 소녀들은 어느덧 숙녀로 성장했다. 더 이상 학교는 안가도 좋았고, 개중엔 돈벌이를 하러 취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돈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그 때문에 폭스 파이어는 일촉즉발의 상황과 맞부딪치게 된다.


한창때인 그녀들에게 남자란 어떤 존재일까? 그녀들은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남자는 적이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그걸 거부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그곳을 탈퇴하는 계기가 되고, 이들이 나이가 들어 언젠가 폭스 파이어가 해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각자의 결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들이 모여사는 과정을 보면 마치 사회 공동체 생활을 보는 것 같았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눠먹는, 이상적인 사회구조 같지만 이내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누구는 힘들여 나가서 돈을 벌고 누구는 하루종일 친구들과 집에서 수다나 떤다면, 모두 다함께란 캐치프레이즈는 지키기 쉽지 않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이번 영화를 위해 오디션을 거쳐 뽑힌 날 것 그대로의 배우라고 한다. 하지만 마치 자신의 옷을 얻어 입은 듯 불편하지 않은 연기력을 뽐낸다. 특히 리더로 강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준 렉스 역의 레이븐 에덤스는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 헤어 스타일을 바꿔가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비록 60여년 전 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의 소녀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지금도 만약 폭스 파이어 멤버들이 다시 나타나 그녀들만의 방식으로 뜨겁게 행동하고 간절히 추구하라 라고 외친다면 심정적으로라도 동조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녀들의 오늘의 이야기는 밝히지 않았다. 그 중의 한 명, 렉스가 쿠바의 게릴라 전사가 된 사진 한 장이 새로움을 갈구하던 그 시절의 변종처럼 보였다. 혁명, 그녀들에겐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폭스파이어 (2013)

Foxfire 
9.8
감독
로랑 캉테
출연
레이븐 애덤슨, 카티 코스니, 마들렌 비손, 클레어 마제롤, 페이지 모일스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캐나다 | 143 분 | 20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