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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숨바꼭질 - [리뷰] 집 없는 설움이 북받치다

효준선생 2013. 8. 18. 08:00

 

 

 

 

 

 

   한 줄 소감 : 배우 문정희, 작년에는 생수통으로, 올해는 골프채로 놀래키다

 

 

 

 

key word // 상대적 빈곤, 맥거핀은 유효한가, 집은 사는 게 아닌 사는 곳

 

 

 

 

 

食住行의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중에서 최근 가장 핫이슈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주(住)라고 할 수 있다. 발 뻗고 누울 자리가 없다면 제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제 아무리 고급 옷을 입고 돌아다녀도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의 고단함을 풀 수 있는 자기 집이 있다는 건 행복의 척도나 다름없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경기의 이상(異常)으로 집주인은 그들대로, 세입자는 또 그들대로 불만이 많다.

 

 

 


영화 숨바꼭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 공포에 가까운 스릴러지만 그 안엔 안온한 자기 집을 갖지 못한 빈곤층의 이야기가 가득 들어차 있다. 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 곳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겉보기에도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슬럼가의 공동주택, 그곳의 주민들은 철거에 들어간다는 소식 때문에 불안에 떠는 하루하루를 산다. 대조적으로 신도시에 자리잡은 초대형 평형의 고급 아파트, 집 안에는 일류 인테리어로 가득하고 집안에서 술래잡기를 해도 쉽게 잡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렇게 두 곳을 비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그 안에 살고 있는 빈자와 부자의 차이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차이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경제적 차이지만 결국은 심리다. 부자라고 할 수 있는 ‘성수’의 일상이다. 파리가 낙상할 것이 깨끗하게 청소가 된 집에서 여전히 쓸고 닦는데 정신이 없다. 자신의 손도 껍질이 벗겨질 때까지 비누로 씻어내야 직성이 풀리고 물건의 위치에도 신경을 쓴다. 이른바 결벽증에 강박이다.

 

 

 


반대로 허름하다 못해 무너질 것 같고, 이미 주민 대부분은 그곳을 떠난 곳에서 마지못해 살고 있는 여자, 딸 하나를 두고 있지만 어딘지 불안해 보인다. 특히 집안을 꾸며놓은 이런 저런 장식품이 언밸런스하다. 마치 다른 곳에서 급히 빌려다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조만간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있을지 의아하다.

 

 

 


이 영화는 오래전 동생과의 갈등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그의 형의 등장에서 공포심이 증폭된다. 성수의 어린 시절을 보여줌으로써 최근 그의 가족을 향해 좁혀오는 알 수 없는 폭력의 공포라는 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요하고 거세다. 헬멧을 쓰고 점퍼를 입은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형제간의 재산상속을 사이에 둔 갈등은 흔한 일이지만 이 영화는 통속성을 버렸다. 관객은 갈등할 것이다. 만약 나에게 배다른 형제가 나타나 부모에게 받은 집 한 채를 반씩 나누자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라고. 그런 고민과 더불어 저렇게 잘 살고 있는 게 상속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얄밉기도 하다. 해서 어느덧 형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 영화는 상당히 현명하다. 헬멧을 쓴 남자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그가 과연 누굴까 집중하게 만든 사이 주인공 가족을 둘러싼 외부로부터의 폭력은 그 자체가 스릴러가 된다. 어차피 강력한 스릴러 장르임을 피력했기 때문이고 그 설정은 범인이 헬멧을 벗을 때까지 지속된다. 물론 헬멧 속 인물이 누군지 밝혀진 이후는 “왜?”라는 궁금증이 지속되며, 이제는 액션이 가미되며 화려한 결말을 암시하게 된다.  

 

 

 


제 집살이를 못하고 있는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남의집살이가 얼마나 불편한지를, 이 영화가 집의 소유를 둘러싼 경제적 충돌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결말은 동정으로 끝이 난다.


한 아이가 읊조린다. 우리 동네 무서운 이야기. 누군가 남의 집에 들어와 산다고 한다. 그런데 주인은 눈치를 채지 못한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영화 끝까지 두 눈 크게 뜨고 봐야 한다. 집은 누군가에겐 최소한의 안식의 땅이기도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숨바꼭질 (2013)

7.1
감독
허정
출연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정보
스릴러 | 한국 | 107 분 | 201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