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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의 연기 - [리뷰] 제주에선 거짓도 진심이 될 수 있다

효준선생 2013. 8. 17. 21:30

 

 

 

 

 

   한 줄 소감 : 올해 안으로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진심으로...

 

 

 

 

 

주도를 처음 찾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를 마중 나온 남자와는 어색한 눈인사만 나누었다. 일반적인 남녀관계는 아닌 듯 싶었다. 다소 튀는 복장의 여자와 그 동네 사람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남자의 행동은 이내 사무적인 통성명을 거친 뒤 그들의 신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영화 그녀의 연기는 달랑 27분짜리 단편영화다. 주연배우인 공효진, 박희순의 이름만 봐서는 그들이 왜 대형 상업영화가 아닌 여기에 나왔을까 의아했다. 하지만 의미있는 영화란 러닝타임의 길고 짧음에 있지 않음은 이미 다른 영화를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는 바 그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이들이 보여줄 “한 방”이 무엇인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라봐야 했다.

 

 


그 한 방으로 가기 전까지의 과정은 불펜투수가 몸을 풀 듯 다소 지루했다. 병들어 오늘 내일 하는 아버지의 소원, 노총각 아들 장가가는 모습 보기. 그걸 보여주기 위해 아들은 멀리 서울서 연기로 먹고 사는 여자를 돈 주고 데려온 것이다. 이런 관계에서 서먹할 수 없는 그들은 중간에 제주도의 두어 곳을 들러 숨을 돌린다.


말 목장에 가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과정은 이들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는 넉넉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들은 가까워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냥 연기일 뿐이니까.

 

 

 


병석의 아버지 앞에서 드디어 가짜 며느리감의 연기는 눈 부셨다. 난데없이 창(판소리)을 하고, 의식없는 환자 앞에서 이런 저런 너스레를 떤다. 마치 진짜 그 집 며느리라도 되려는 양, 미리 받은 연기 값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그 집 아들에게 마음이 있었던 건지. 여기서 한 방은 바로 아버지의 몫이었다. 대사 한마디, 동작하나 없지만 아버지의 짧은 임팩트와 아들이 쏟아내는 분노에 가까운 지청구는 바로 이 영화가 단편임에도 장편 못지않은 한 방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평생을 난봉꾼으로 살았다가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쓸쓸하게 저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이 시대의 늙은 아버지. 비단 이 영화 속의 그 아버지 뿐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자식 놈이 배필을 만나고 후사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공통된 게 아닐까? 영화 제목은 밋밋한 그녀의 연기였지만 아버지의 연기라고 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제주도에서 살아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바람 많고  돌도 많은 곳이라는 그곳, 나머지 하나 역시 그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는지. 서울에선 온 얄상한 그녀가 아니면 어떻겠는가 인연은 억지로 맺을 수 없는 법. 서울로 가는 비행기의 뒷모습을 보는 남자의 시선이 왠지 두껍게 느껴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녀의 연기 (2013)

You Are More Than Beautiful 
9.4
감독
김태용
출연
공효진, 박희순
정보
드라마 | 한국, 홍콩 | 27 분 | 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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