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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I.P.D.:알.아이.피.디.- [리뷰] 아무도 그 둘을 막을 수 없다

효준선생 2013. 8. 15. 02:00

 

 

 

 

 

 

   한 줄 소감 : 동네만 바꾸면 시리즈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천을 떠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면 그들이 왜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지도 궁금해질 것이다. 이승에서 숨을 거두면 바로 저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모종의 걸러지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개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이들이 심술을 부리는 바람에 정전이 일어나고, 멀쩡한 물건이 떨어지고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다고 한다. 영화 R.I.P.D: 알.아이.피.디.에서 하는 이야기들이다.

 

 

 


잘 들어보면 과거 한국의 전설의 고향에서 흔하게 다룬 소재이긴 한데, 이게 헐리웃으로 가더니 저승사자 대신 악령 소탕을 업무로 하는 경찰(R.I.P.D)을 등장시킨 셈이다. 그런데 이들 경찰 역시 이미 죽은 자들이다. 주인공인 로이와 닉은 선임과 초짜로 등장하며 콤비 플레이를 한다. 재미있는 건 선임인 로이는 1800년대 죽은  보안관이었고 사람 눈에 보이는 지금의 그의 현신은 8등신 미녀다. 초짜의 경우는 죽은 지 며칠 안된, 입관을 하는 걸 보니 3일 정도 된 모양이다. 그의 현신은 초로의 중국인 할아버지다. 이 어울리지도 않는 커플이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썽을 부리는 악령들을 소탕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다.

 

 

 


보스턴 경찰인 닉은 사랑하는 아내와 알콩달콩 살고는 있지만 얼마 전 범죄현장에서 빼돌린 금괴 탓에 마음이 무겁다. 동료 경찰은 입 닫고 있으면 된다고 하건만 아무래도 이실직고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총상을 입고는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으니 죽어서도 억울해서 못살겠다. 이 부분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 나온다. 죽은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마치 스톱워치를 누른 것 처럼 정지한 것이다. 심지어 날아가는 새와 비행기까지 멈춰 버렸고 그 사이를 닉은 마치 두둥실 떠오르듯 저 세상으로 가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사람이 죽는 순간 불이 번쩍하고는 그대로 끝이라고 하던데, 만약 이 영화에서 처럼 죽은 사람이 남겨진 세상을 보고 다닌다면, 나쁜 짓은 차마 못하겠다.

 

 

 


이 영화는 투캅스처럼 버디 형사물로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악령 크리처 3종 세트와 보스턴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라도 하겠다는 심산으로 제작한 카체이싱 장면들이 볼만하다. 내용적으로는 비리를 저지른 형사들의 일상이 악령들의 무력과 합치면 어떤 후과를 가져오는 지 지켜보라고 하며, 그걸 막는 임무수행을 하는 두 사후 경찰의 우당탕 활약상도 코믹하면서도 흥미롭다. 얼핏보면 영화 <맨 인 블랙>의 두 남자와 비슷하지만 이 영화가 훨씬 역동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가 시사하는바 하나 중엔 저 세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악령들이 아직 이승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미스러운 일과 맞물려 다시 이승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경고다. 누가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 내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들이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닐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마치 하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헬게이트라는 느낌이 들었다.  

 

 

 


카우보이 모자가 정말 잘 어울리고 노련한 연기가 일품인 제프 브리지스의 걸쭉한 농담과 다소 어리바리하면서도 여전히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와의 호흡도 좋고, 무엇보다 산 자에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사후세계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전에 보지 못한 신선함이 가득하다.

 

 

 


악령 크리처들의 활약상에 따라 고공낙하와 질주들이 많이 나오면서 입체효과도 탁월하다. 특히 엘리베이터 추락장면과 빌딩을 타고 오르는 장면들에서는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