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일대종사 - [리뷰] 무술이 아닌 문화예술로 받아들이다

효준선생 2013. 8. 12. 18:30

 

 

 

 

 

    한 줄 소감 : 一家를 이룬다는 건 그 만큼 버려야 하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소룡이 자신의 무술은 엽문(葉問)에게서 나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영춘권의 창시자 엽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엽문은 이른바 중국 무술의 근현대사에서 일가를 이루었다는 성과 외에, 당시 극도로 혼란했던 국내외 정세와 맞물려 지리멸렬했던 중국 무술계의 여러 문파를 일정수준에서 하나로 통합했다는 의미를 부여받았다.

 

 

 


중국 영화 일대종사는 이렇게 엽문의 청,장년기를 조명하며 그의 일생과 중국 근현대 무술계의 현황을 비교적 침착한 어조로 드러내고 있다. 나이 마흔이면 불혹의 나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무술인 엽문에게는 그때부터 일종의 사명의식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당시 최고의 문파로 꼽히던 궁파(宮派)가 있었고, 한가닥 한다는 무술인들은 이 곳을 거쳐 分派를 하거나 혹은 궁파의 일원으로 남았다. 하지만 엽문은 원래부터 무술의 문파를 만들거나 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을 규합해서 세력화하는데 무척 서툴렀다. 하지만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전쟁과 사회혼란은 나름 부를 누리고 살았던 그로 하여금 이른바 속(俗)에 눈뜨게 했고, 이 과정에서 궁파의 사람과도 접촉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무술영화의 범주에 속하지만 과장스러운 코믹무술액션이나 밑도 끝도 없는 복수혈전을 펼치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은 극히 자제한다. 대신 꼭 싸워야 하는 장면은 일대일 대련을 붙여 스타일리쉬한 장면을 연출해냈고 이런 장면들만 눈여겨보아도 본전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멋지게 나왔다. 하지만 보이는 장면에서만 만족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이 영화의 핵심주제는 고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개인의 심회(心懷)에 많은 포커스를 맞춘다.

 

 

 


엽문은 왜 예쁜 아내 곁을 떠나 홀로 주유천하를 하며 고독을 즐기는 것이며, 궁파의 2인자인 궁이는 여자의 몸으로 늘 자신의 안위나 여자로서의 행복을 마다하고 주변부만 맴도는 것일까. 또 팔극권이라는 자신만의 무예를 가진 일선천이라는 인물은 왜 이 영화에서 이른바 독고다이로 움직이는 것일까? 그 외에도 많은 인물들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무술인이다”라는 신념을 피력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중에서도 마삼(馬三)이라는 인물은 시대가 낳은 괴물이자 아픔이다. 그 또한 궁파의 중요한 계승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편에 서면서 공적이 되어버렸는데 그의 뛰어난 무술 실력을 엉뚱한데 소진해버리고 말았다는 점이 반면교사로 남는다.

 

 

 


영화에서 무술인은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자신을 보고, 하늘과 땅을 보고 마지막으로는 大衆을 봐야한다고, 궁파의 궁약해(宮若海)가 남긴 말인데, 무술인의 고독과 더불어 무술인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로 보인다. 어쩌면 엽문이 나중에 홍콩에서 자신의 도장을 열고 많은 제자와 후학을 키워낸 것을 보면 엽문은 영춘권의 일대종사임과 더불어 중국 근현대 무술계의 중조(中祖)라는 생각이다. 설령 궁이와의 애틋한 인연이 채 이뤄지지 않았고 그녀의 六十四手가 제대로 전승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손, 중국에서 무술이 문화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은 그들에게서 遠因을 찾을 수 있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일대종사 (2013)

The Grandmaster 
8.2
감독
왕가위
출연
양조위, 장쯔이, 송혜교, 장첸, 조본산
정보
무협, 액션 | 중국, 홍콩 | 122 분 | 20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