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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이퍼 보이 : 사형수의 편지 - [리뷰] 각자, 욕정의 늪에 빠지다

효준선생 2013. 8. 13. 06:00

 

 

 

 

 

 

   한 줄 소감 : 모든 캐릭터가 자기 이야기만 하려다 보니 피곤하다

 

 

 

 

 

화 페이퍼보이 : 사형수의 편지는 한 흑인 여자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진술처럼 보이는데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라 1969년의 오래된 이야기다. 미국 플로리다의 어느 시골마을, 지역 신문사 소유주의 집을 배경으로 두 아들과 한 여인, 그리고 장남을 따라 취재를 온 흑인 기자가 주요 인물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리로 불러오게 만든 한 사형수까지. 이들이 엮어내는 다소 산만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얼개다.

 

 

 


1969년이면 아직 미국 남부에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처음 인터뷰를 하는 흑인 여자도 이 집에서 식모로 일하고 있고, 극중에서 니그로 라는 말을 듣고 무척이나 속상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흑인 기자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 부분이 의미가 있는 건 이 또한 흑인 감독인 리 다니엘스가 꼭 하고 싶은 말로 들렸기 때문이고, 흑인기자가 그 동네를 떠나 신문사로 돌아간 뒤 갑(甲)의 위치를 당당히 고수하는 것으로 되갚아 주는 모습으로 바뀐다.

 

 

 


이제 중요한 테마로 들어가면, 몇 년 전 백인 보안관을 죽은 한 남자가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그 보안관은 역시 흑인들에게 차별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다. 아무튼 사람을 죽인 대가로 감옥에 가있지만 그가 무죄라는 주장을 하며 기자를 만나러 온 여자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한다.

 

 

 


신문사 사주의 아들이라면 목에 힘 좀 주고 다닐 것 같지만 장남은 기자, 둘째 아들은 전직 수영선수였다가 말썽을 일으키고 고향으로 돌아와 신문을 돌린다. 그런데 이들 형제에게 한 여자가 나타난 셈이고, 어느 사형수의 억울함이라는 소재로 기사를 쓰려는 기자들과 사건의 진위여부보다는 그 여자에게서 엄마의 냄새를 맡은 한 젊은 총각의 애매한 관계가 이 영화의 주요한 흐름이 된다.

 

 

 


등장인물들이 제 각각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그걸 하나로 응축시켜주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대개는 두세 명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넣어두긴 하는데 그게 겉도는 모습으로 비춰졌고, 진도를 나가기 보다는 자꾸 머뭇거리는 바람에 쉽사리 화면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 값하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인상적이었다. 그동안의 지적인 이미지를 뽐내던 니콜 키드먼은 안면식도 없는 사형수를 자신의 반쪽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심지어 면회장소에서 엽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분장과 연기를 선보인다. 게다가 나중엔 피끓는 청춘과의 염문을 그려내고, 막판엔 사형수와의 끔찍한 악연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서로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건, 그 만큼 개인의 욕구가 마구 분출되기만 하는 현대의 미국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극히 개인적이고 자의적인 욕망과 배려나 자제력이라고는 잘 찾아볼 수 없는 그들 고유의 사고방식, 공권력 보다는 사적 영역을 유지하며 사는 것에 만족해하는 나르시시즘까지, 설사 이들의 욕구가 모두 만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거기서 만족할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 시작점이었던 한 사형수에 대한 호기심이 모두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는 점이 영화적 요소지만, 끝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던 영화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페이퍼보이 : 사형수의 편지 (2013)

The Paperboy 
3.5
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니콜 키드먼, 매튜 매커너히, 잭 애프런, 존 쿠색, 데이빗 오예로워
정보
스릴러 | 미국 | 107 분 | 201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