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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지않아 - [리뷰] 세대간의 심리적 간극이 가져온 희비극

효준선생 2013. 8. 3. 09:00

 

 

 

 

 

    한 줄 소감 : 씁쓸한 결말을 보니 현실을 반영한 게 맞네

 

 

 

 

Key word // 长江后浪推前浪,世上新人赶旧人

 

 

마전에 막을 내린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독립영화부문 수상작인 영화 죽지않아가 정식 개봉을 한다. 간만에 보는 장편 독립영화인데, 우선 이 영화는 장르와 등장인물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코믹스릴러라는 이율배반적인 장르하며,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수꼴 할배가 주인공이다. 수구 꼴통이라는 단어에서 이 영화를 지레짐작하고 이데올로기 논리로만 보면 재미없다. 이 영화는 보수냐, 진보냐의 편가름이 아닌 세대간의 심리적 간극에서 오는 묘한 갈등이 주요한 테마이기 때문이다.

 

 

 


일단 상당한 목돈이 이들 사이에 던져진다. 물경 30억 정도, 부동산인지라 시세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절반만 건진다고 해도 평생 노동안하고 편하게 먹고 살만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바로 수꼴 할배의 손자 녀석이다. 배울만큼 배웠고 나이도 들만큼 든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상당한 재산이 있고 조만간 암으로 돌아가실 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하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아들이자 자신의 아버지는 맨날 데모짓이나 한다며 구박을 받는 통에 유산을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손자는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를 돕는다며 내려가지만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엄청난 강도의 노동뿐이었다. 시골에서 땅을 일구고 살아본 사람은 안다. 닭이 울면 일어나 해떨어질 때까지 땅과 씨름을 해야 겨우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음을. 하지만 돈 욕심에 참고 또 참지만 젊은 손자에겐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냅다 튄 서울행, 그곳에서 만난 여자가 슬슬 그의 발목을 잡는다.

 

 

 

 

이 영화의 본격적인 행보는 충북 옥천의 작은 시골집에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묘령의 여자가 동거를 시작하면서 일어난다. 물론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데는 이른바 작전이 개입된 것이고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게 서로에게 신상에 좋은 것이니 과연 이들 세 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주인공 세 사람의 캐릭터는 확연했다. 찌질한 남자 손자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여자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대표 주자라면, 할아버지는 입만 열면 빨갱이 타령을 하고 군사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구세대를 그리고 있다. 세대 차이는 여러 곳에서 들어났다. 그러나 그걸 쉽게 배척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에게 토를 달지도 못하고, 소기의 목적을 위해서는 참고 또 참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인내하지 못하는 사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먼저 기권을 해버리면 그만인 셈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일방의 승리로 끝을 내기엔 너무 아픈 구석이 있다. 아마 그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아픈 구석이다. 특히 묘령의 여자로 등장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녀의 목엔 채무라는 무거운 틀이 걸려 있다. 그리고 그녀가 그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아마 그녀가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벌이는 수상한 행동들은 아연하면서 애처롭게 보일 것이다. 과연 그 방법 밖엔 없을까?

 

 

 

 

 

 

이른바 구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수꼴 할배는 자신의 재물을 젊은 사람들 눈 앞에 흔들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얼마 되지도 않는 것들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선뜻 달려드는 건 그만큼 지금, 어렵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진영논리로 재단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적 논리로 본다면 확실히 맞는 구석이 있다. 앞 세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어야 할텐데 그게 아닌 다음 세대들의 것을 빼앗으려 드는 모습에서 한숨이 나왔다.

 

 

 

 


엔딩은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이다. 한 없이 반복되던 세대간의 반목과 알력이 끝내는 아름답지 못한 한 방으로 끝을 맺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아직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그들 세대의 공고함만을 느꼈을 뿐이다.


연출을 맡은 황철민 감독은 전작에서도 권력자와 피권력자의 관계를 그리는데 치중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세대간의 마찰사이에 가시적인 財貨를 놓아두었지만 근원적으로 권력이란 결코 쉽게 손에서 놓기 어려운 것인 모양이다. 그것이 피가 섞인 손자든, 정을 나눈 여자든, 군데군데 웃기도 했지만 마음이 아픈 테마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황철민 감독의 영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리뷰 ->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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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않아 (2013)

Oldmen Never Die 
9.4
감독
황철민
출연
이봉규, 차래형, 한은비
정보
스릴러 | 한국 | 107 분 | 201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