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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싶은 것 - [리뷰] 평화에 대한 한일간 동상이몽을 확인하다

효준선생 2013. 8. 2. 08:00

 

 

 

 

 

 

    한 줄 소감 : 말 많은 역사교육, 극장으로 가보자

 

 

 

 

Key word // 한국과 일본, 과거청산, 평화, 위안부,

 

 

 

일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한 위정자들에 의해 조성된 반공 이데올로기에 갇히고 예로부터 여성들의 질곡이 심했던 사회분위기 탓에 소위 ‘위안부’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분명 일본제국주의라는 타의에 의해 자행된 만행임에도 다시 고국 땅을 밟은 그녀들을 기다리는 건 강요된 침묵, 묵시적 조소에 불과했다. 그녀들이 그렇게 혼자만의 상처로 가슴에 품고 살았던 과거의 참혹한 기억들이 이제 나라의 사명으로 그녀들을 대신해 상처를 어루만져줄 때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존재했던 분명한 역사의 한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감추어야 좋은 것으로 치부되던 때가 있었고, 이제 그걸 그림이라는 도구로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 어느 여류 화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그림책 화가 권윤덕, 그녀는 한중일 3국이 평화를 소재로 각국의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그림책을 그리자는 제안을 일본의 어느 출판사의 제안을 받는다. 곧장 그녀는 위안부로 살았던 기억을 가진 한 할머니를 떠올리며 자료를 참고하고 구술을 받아가며 밑그림을 그려간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난관이 그녀를 괴롭혔다. 바로 평화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해자인 일본이 가진 평화란, 과거에 매달리기 보다는 불편한 현재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이고, 피해자인 한국이 생각하는 평화란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양국 간의 시각엔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시간이 부재한 셈이다. 그 시간이 한 편에겐 그럴 수도 있는 시간으로, 다른 한 편에겐 죽는 날까지 씻을 수 없는 악몽의 시간으로 남아있으니 그 차이를 좁히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대구에 사는 심달연 할머니, 그녀는 이 영화가 개봉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자신을 소재로 그림책이 만들어졌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극장에 걸린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할머니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사건으로만 여기기엔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홀대에 가까웠던 한국 정부의 수 십 년간의 회피, 그리고 이젠 도무지 반성조차 하지 않고 툭하면 망언을 늘어놓는 일본의 위정자들, 거기에 맞장구를 치며 몇몇의 수구 싸이트에서의 철없는 헛소리들까지.    

 

 


불편하다고 외면만 해왔던 그동안의 시간을 만회라도 하는 듯, 권 작가의 필치는 분노에 가까워 보였다. 그 사실은 일본 측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그리고 화가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에게 타협해갔다. 외재적 분노로서는 세상에 진실을 알릴 방법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의 그림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스크린 전체를 가득 메운 그림을 보고 있으니 백 마디 글자나 문장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림의 힘이었다.

 

 


사람들은 쉽게 얘기한다. 힘이 없는 민족인지라 그렇게 당하고 살았다고, 그리고는 마치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한 구석에 처박아 둔다. 과연 그럴까 일본 측 출판사가 권작가의 그림책을 출판하지 못하는 이유에서 어느 정도 답을 구할 수 있다. 일본의 동북 대지진후 파열음을 내던 일본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건 바로 수구 우익세력의 창궐이었다. 그들은 다시 일제의 만행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고 했고 흡사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식의 망언을 계속했다. 전쟁은 발발하고 서로에게 총질을 할때가 무서운 것이 아니다.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파탄났다고 해서 무서운 것도 아니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그 후유증이 사회 곳곳에 망령처럼 자리 잡고 있는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겐 미래도 없다고 했고 기억하지 않는 진실은 분명 사라진다고도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기억해야 할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리고 싶은 것 (2013)

The Big Picture 
10
감독
권효
출연
권윤덕, 김여진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2 분 | 201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