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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까밀 리와인드 - [리뷰] 내 인생의 화양연화, 다시 돌아올 수 없네

효준선생 2013. 7. 30. 09:00

 

 

 

 

 

   한 줄 소감 : 추억이 남은 옛 이야기가 자꾸 기억이 안난다. 까밀과 같이 나이가 들어서다

 

 

 

Key word // 노스탤지어, 타임슬립, 첫사랑, 맥랑시대

 

 

 

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시간과 관련해서 꿈을 꾼다. 눈을 감고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버렸으면 좋겠다는. 지금이 너무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그런 생각을 하고 자면 많은 경우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나도 모르는 새 흘러가 버리진 않는다.

 

 


반대로 이미 흘려보낸 시간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花樣年華라 부르던 내 생애 최고의 시절로, 하지만 그것 역시 꿈  속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에 대한 한 걸음 멀리 가보는 희망사항인지라 사람들은 그걸 현재에 대한 회피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영화 까밀 리와인드는 바로 이 현재가 힘들어 알콜에 의존하던 불혹의 여인이 겪는 과거지향의 꿈에 대한 이야기다. 1985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열여섯 꿈 많던 소녀에겐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학교에 가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짓궂은 생각을 하던 것도, 멀리서 운동장을 뛰던 소년에게 마음이 끌린 것도 그녀들 나이 때의 특권이었다.

 

 


여주인공 까밀의 오늘은 힘겹다. 단역배우인 그녀에게 지금의 삶은 건조하거나 축축하다. 거기에 사랑마저 떠나겠다고 한다. 그녀에게 남은 건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초대한 파티, 바로 그곳에서 그녀는 타임슬립을 한다.


보통 타임슬립 영화들은 옮겨간 시점에서 인물들의 노화나 연소를 반영하는데 이 영화에선 주인공을 그대로 옮겨간다. 대신 여주인공에게 당시 유행했던 옷을 입히고, 휴대용 카세트를 사용하게 하는 등의 약간의 외적인 분위기만 손을 본다. 대신 그 당시를 살던 사람들이 까밀을 보는 시선에서 관객들의 양해를 구한다. 우리는 지금 40살 외모의 아줌마 까밀을 열 여섯 까밀로 대하고 있다고. 이 점은 생각지 못한 코미디가 된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 낀 마흔 살 아줌마의 치기어린 모습이 처음엔 어색하지만 어느새 그들 사이에서 나이차로 오는 구별은 점점 이야기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역시 사랑 이야기 때문 모양이다. 병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되살리고 싶은 까밀과 첫사랑과의 애틋했던 에피소드를 자꾸 자기 입장에서 수정하려고 하는 까밀에게 과거의 일들이란 그저 그녀를 스쳐가는 일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언젠가 다시 까밀이 21세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올 거라는 걸 안다. 그녀에게 과거 여행은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다시 가보고 싶어 깊은 잠이라도 들려고 애를 쓸까 아니면, 오히려 지금이 낫다면서 씁쓸해할까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건 인간만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데 시간, 그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질감의 物理는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만 남긴다.

 

 


마흔의 여인과 열여섯의 소녀로 등장하는 노에미 르보스키는 감독과 주연을 맡아 열연을 한다. 실제로는 50세라고 하니, 이 정도면 분투라는 생각이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이런 말을 한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현명함” 


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명구다. 그런데 무엇이 바꿀 수 있는 것이인지, 그리고 무엇이 바꿀 수 없는 것인지 분명히 알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꾸 자신이 없다.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다고 해도 용기도 없고, 너무 많은 것들을 잃고 사는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까밀 리와인드 (2013)

Camille Rewinds 
9.3
감독
노에미 르보스키
출연
노에미 르보스키, 사미르 궤스미, 욜랭드 모로, 미셸 빌라모즈, 드니 포달리데스
정보
코미디 | 프랑스 | 115 분 |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