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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에게서 온 편지 - [리뷰] 아홉살 꼬마 숙녀의 세상 앓이

효준선생 2013. 7. 31. 09:00

 

 

 

 

 

     한 줄 소감 :  80년대 감성이 뚝뚝 묻어난다

 

 

 

 

Key word // 자애, 우정, 공유, 향수, 가족, 친구, 회상

 

여운 어린 아이의 옆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 나에게서 온 편지엔 의외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 영화는 그저 아동들의 발랄하거나 혹은 유치한 놀이적 사고에서 그치지 않고 3대에 걸친 삶의 관조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정서적 공유등 1980년대 초반의 프랑스 분위기를 많이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여성 영화라고 무방할 정도로 여성의 눈으로 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등장하는 주인공 대부분이 여성이며, 이들은 가정과 학교 안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9살 꼬마 숙녀 라셀과 그녀의 엄마 코벨트는 자신의 친구와 남편과의 관계를 통해 지금 자신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테두리는 라셀이 심리 상담의사와의 진료를 중심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서 그동안 라셀이 보고 겪었던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라셀은 중풍에 걸린 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유독 죽음에 대해 긴장하며 대하게 된다. 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는 이유가 할머니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면 바로 엄마에게 얘기해달라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또 있었다. 전학 간 학교에 지각을 할까봐 잘 때부터 가방을 매고 잔다든지,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어쩔까 하는 그 또래 아이들이 겪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학교 친구 발레리와 어울리면서 라셀 가정엔 알게 모르게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가고 만다. 그걸 원래적 균열이라고 할 수도 있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가족이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 같기도 했다.

 

 


영화의 흐름이 라셀에게만 치우치지 않고 코벨트로 옮겨가면 그녀의 불안감도 못지 않다. 환자인 그녀의 엄마로부터 사랑이라는 걸 받아보지 못한 코벨트는 그 때문에라도 자신의 딸인 라셀에게 잘 해주려고 애를 쓰지만 자신도 직업이 있고, 늘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울까 걱정을 하는 그런 중년 부인이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고스란히 라셀에게 전파되어 모녀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그 부분에서 코믹이 터진다.

 

 


사실 이 가정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외로워 보였다. 친구들을 많이 초대했지만 찾은 친구는 발레리 하나고, 치과의사인 엄마나 기술자인 아빠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는 장면도 없다. 침대에서도 그저 등을 보이지만 않기를 바란다는 엄마와 아빠의 말처럼, 이들은 서로의 관계맺기에 그다지 능숙한 것 같지는 않다. 아빠와 발레리 엄마와의 야릇한 관계도 사실은 사랑이 아닌 연민 정도로 보인다.

 

 


라셀과 발레리의 장난은 이 영화가 너무 무겁지 않게 분위기를 환원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난들도 하고 노는 그들에겐 1980년대 초반 9살 여자아이에게선 보기 드문 케이스다. 특히 야한 농담도 좋아하고, 심지어 어른들에게도 지나친 성적 유머를 쓰는 바람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10살이 되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을 것 같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처음 화두로 끄집어 냈던 죽음과 다시 만남으로써 그저 웃고 떠드는 영화만은 아니다라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자애와 우정, 그리고 가족 상호간의 의지는 세상 그 어떤 남녀 사랑 못지 않음을 천명한 영화, 주요 등장인물들을 병풍화 시키지 않고 적절하게 자신의 배역을 나누며 함께 진행하는 영화. 간만에 정서에 잘 맞는 프랑스 영화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나에게서 온 편지 (2013)

The Dandel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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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카린느 타르디유
출연
줄리엣 곰버트, 안나 르마르샹, 아녜스 자우이, 드니 포달리데스, 이자벨 카레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89 분 | 201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