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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러 라이브 - [리뷰] 올 여름을 꽁꽁 얼려버린 듯한 기세

효준선생 2013. 7. 29. 09:00

 

 

 

 

 

    한 줄 소감 :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과 그 언론에 기생하는 권력에 대한 일갈

 

 

 

Key word // 복지부동, 염량세태, 복수혈전 

 

 

나가던 앵커 윤영화는 코너에 몰려 있다. 메인 뉴스의 앵커자리라면 모든 아나운서의 꿈이자 로망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과정에 밝히기 힘든 사연이 있다손 하루아침에 라디오 부스에 앉아 얼굴도 모르는 시청자들의 사연이나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좀 답답하다. 그래도 권토중래를 꿈꾸며 오늘도 스위치 온 한다. 그리고 바로 그날 무슨 일이 터질지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라디오 부스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세상의 많은 부조리를 터뜨려가며 믿음에 대한 배신감, 사회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절대 권력을 향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스릴 넘치는 상황극이다.


언제부터인가 주요 방송국의 메인 뉴스는 시작한지 10, 20분이 지나서 본다. 뉴스가 시작되면 절대 권력자의 동정과 비루하기 짝이 없는 일부 정치인들의 아귀다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이야기로 편집된 뉴스만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언론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능력을 기대한다는 걸 그들도 알테지만 데스크를 포함한 일부의 입김 때문인지 전혀 변할 생각이 없다.

 

 

 


사회의 낮고 어두운 부분은 이제 외면당해도 제 능력 부족이라며 마이크와 조명을 치워 버린 지 오래고, 가진 자들의 면피를 위해 불철주야 애를 쓰는 모습은 가관이다. 뉴스가 끝나면 여러분의 편에 서겠다는 앵커의 말 한마디가 언제부터인지 신뢰를 잃었고, 누군가에겐 그저 생각뿐인 분노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배우 하정우는 이 영화를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끌고 나가며 자신에게 걸려온 테러범의 전화와 사투를 벌이는 전직 앵커로 등장한다. 라디오국으로 이른바 좌천당했음에도 그가 여전히 상류 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은 마포 대교가 날아간 뒤 그가 보여준 행동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허름한 스웨터에서 앵커용 양복과 머리스타일로 변신하는 과정. 하지만 그의 의도가 상대방에게 속속들이 읽혀졌을 때의 그의 표정은 나락으로 가는 행렬에 속한 패배자의 모습이었다.

 

 

 

 

이 영화는 광고 문안처럼 재난 영화는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한 믿음에 대한 불신을 유명 앵커를 중간자로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회극이다. 당연히 앵커 못지않게 테러범의 심리변화에도 비중을 두어야 했고, 폭발과 방지에만 매달리는 단순한 포맷이 아니라 앵커의 사생활과 연결된 언론계의 누추하고 비열한 경쟁심리, 그리고 권력기관이 보여주는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밀고 있다.

 

 

 

 

대형 폭발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과 만들어낸 방송국 부스의 모습들이 극의 흐름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아쉬움도 하정우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 때문에 상쇄될 수 있었다. 타인의 죽음이 아닌, 자신과 전처의 목숨까지 달린 그래서 유명 앵커로서가 아닌 한 개인이 갖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분명 잘 드러났다.

 

 

 

 

생방송이 주는 긴박함은 이 영화에선 독이자 득이었다. 마치 잘 짜인 수레바퀴처럼 방송국 내부와, 경찰과, 그리고 테러범과의 커뮤니테이션은 빈틈을 보이지 않아 저 상황에서도 저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 사이에서 터져나올 것 같은 폭발력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살리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최고 쾌감은 엔딩에 있다. 여의도에 운집한 고층빌딩 한 채는 이제 어느 방향으로 쓰러질 운명이다. 하청 건설업자들이 세워놓은 짓다만 빌딩 공사장이 지금 언론의 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는 작금의 현실에서 휘청거리는 방송국을 덮치고 그 건물들은 이제 대한민국 대표 권력기관을 향해 카운터 펀치를 날리려고 한다. 극 중 대사에서 그 최종지향점이 어디인지 드러나 있다.

 

 

 

 

생각보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다. 그럼에도 분주하게 돌아가는 생방송 현장과 테러범이 쏟아내는 생각하지 못한 상황들,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밀고 들어오는 펀치를 간신히 막아내는 방송인 윤영화의 고군분투에 편하게 숨조차 내쉬지 못했다. 극중에서 갈증이 난 그가 연신 마시는 음료처럼 여름철 개봉작으로는 최고의 청량, 아니 납량 특집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테러 라이브 (2013)

The Terror Live 
8.5
감독
김병우
출연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정보
스릴러 | 한국 | 98 분 | 201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