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지막 4중주 - [리뷰]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속마음은 알 수 없네

효준선생 2013. 7. 27. 09:00

 

 

 

 

 

   한 줄 소감 : 인간은 사람 사이라는 한자어가 딱 들어맞는 영화

 

 

 

 

Key word // 우정, 사랑, 배신, 조화, 장강의 앞물은 뒷물을 두려워 하지 않네

 

 

악 4중주는 실내악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규모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형태의 연주 매커니즘이다. 두 개의 바이올린, 비올라, 그리고 첼로다. 영화 마지막 4중주는 바로 이 현악 4중주 팀인 푸가의 4명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무려 25년간이나 함께 해보면서 마음 속 깊이 감춰놓았던 이야기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발생하는 균열과 그것들을 어떻게 봉합해가는 지를 심도있게 그려낸 멋진 영화다.

 

 


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그 자체가 소재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연주자의 심리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마치 운명처럼 엮인 사이다. 팀의 리더인 피터와 막내이자 제자 뻘인 다니엘, 그리고 부부의 인연이었던 줄리엣과 로버트등. 이들은 왜 이제와서야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서로에게 아픈 이야기를 하게 된 걸까?

 

 


여기엔 피터의 사연이 있다. 나이가 들면 이런 저런 병이 찾아온다. 그 역시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파킨슨씨 병이라는 예민한 손동작을 요구하는 연주자에겐 치명적인 질환을 통고받는다. 이 소식은 본인 뿐 아니라 25년을 동고동락한 팀원들에게도 비보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서로에게 품었던 속 깊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바로 이때부터다. 일종의 불안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 상황의 해체, 그건 두려움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외부의 요인, 타인의 상황으로 이제까지 그러려니 지켜왔던 틀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느껴야 하는 불안감. 바로 이것들이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끄집어내고 그렇게 다른 멤버들이 힘들어 하는 걸 보면서 작은 안위를 삼겠다는 심리. 하지만 일방적인 것이 아닌 상호적인 것이 되다보니 이른바 팀킬인 셈이다.

 

 


피터는 이런 상황을 모른 채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연주회가 될 지도 모르는 정해진 시간 속에서 황망해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감정적인 밀고 당기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줄리엣과 로버트의 딸이 다이엘과 연인 사이가 되겠다는 폭탄 발언이 이어지자 영화는 급기야 클라이막스로 돌변하고 만다. 이들의 마지막 연주회는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살다보면 다른 사람들과 인연이라는 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제 아무리 동지라고 해도 다툼이 없을 리 없고, 평생의 죽마고우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거라는 비아냥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눈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하는 음악 연주팀의 불협화음이 그저 한 현악 4중주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삶을 관조할 법한 나이의 그들이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상대에 대해 원망과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는 건 그 만큼 인간관계란 풀지 못한 채 담고 살아야 하는 것임을 말하는 듯 했다.

 

 

 

 

오늘 보고 내일도 봐야 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내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심이 읽혀진다는 말처럼, 이 영화도 멋진 중재자가 나섰기에 비로소 가능해졌다. 영화에서 수시로 과거 이들의 사진이 비춰졌다. 지금보다는 확실히 동안의 모습들, 실제 배우들의 모습을 거스르는 모습이지만 만약 그때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았더라면 이들의 관계는 지금보다도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필두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듬직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지막 4중주 (2013)

A Late Quartet 
9.4
감독
야론 질버먼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크리스토퍼 월켄, 캐서린 키너, 마크 아이반니, 이모젠 푸츠
정보
드라마 | 미국 | 106 분 |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