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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픽 : 숲속의 전설 - [리뷰] 세상의 질서는 낯선 숲 속에도 있었다

효준선생 2013. 7. 25. 08:30

 

 

 

 

 

   한 줄 소감 :  유려한 색감, 배경마저 무척 훌륭하다

 

 

 

Key word // 권선징악, 인과응보, 관찰. 자연은 인간계만큼 위대하다

 

 

 

 

혹 도시생활에 찌들었다 생각이 들면 숲 속에서 깊은 호흡을 하고 싶어진다. 청량한 기운이 몸 안에 퍼지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저절로 마치 내가 숲 속의 나무라도 된 양 기분이 좋아진다.

 

 

 

 

영화 에픽 숲 속의 전설, 멋진 프롤로그가 인상적이다. “숲 속에 오랫동안 가만히 있다보면 숨겨진 갈등의 흔적이 보인대, 삶과 죽음의 치열한 전쟁. 믿기지 않는다면 자세히 들어봐 그리고 더 자세히 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숲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들에게선 무척이나 사소한 것들이겠지만 그들에겐 목숨을 건 치명적인 하루일 것이라는 의미다. 대체 그 숲 속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 영화는 몇 가지 영화 외적인 관람 포인트가 있다. 영화 속 주요 캐릭터들의 디자인을 한국인 스탭이 담당했고 자세히 보면 숲의 전사들의 복장이 신라 화랑들의 그것과 비슷하고, 다른 애니메이션보다 여백의 미를 강조한 이 영화에서 옥색의 빛깔이 잘 어우러진 느낌을 받는다. 또 숲의 정경을 표현한 장면에선 실사를 찍어 붙인 것 같은 섬세함과 작은 풀벌레들이 약진하는 모습, 숲 속의 여왕이 행차하는 장면, 그리고 가장 큰 공을 들인 나무껍질에 은폐하고 있던 보간족 무리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선과 악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거기에 곤충 과학자의 딸을 집어넣어 그들간의 다툼에 일종의 훈수를 두게 한다. 커다란 사람이 졸지에 손톱만한 크기로 줄어들어 숲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체험하게 하면서 그동안 아빠가 연구해왔던 일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설정도 있다. 부녀간의 갈등은 커 보이지 않지만 그 또래 여자애들에겐 일만 아는 아빠에 대한 실망도 존재하는 법이다. 

 

 

 


영화에서 善은 숲을 지키려는 타라 여왕과 리프맨들이 담당하고 거기에 맞서 여왕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보간족이 惡의 컨셉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보간족의 비주얼이 마치 쥐를 닮았다. 쥐가 왜 숲 속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뛰어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흉측하다 못해 혐오감마저 드는 그들에겐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이 아니라 그냥 없어져야 할 괴수 정도로 자리매김한다. 보간족의 우두머리인 맨드레이크와 그의 아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나름의 일리는 있지만 파괴의 아이콘인 그들을 격려하기엔 괴리가 느껴진다.  

 

 


 

 

딱새나 벌새 정도의 작은 새들을 타고 다니며 숲 속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타라 여왕의 후계자를 점지할 수 있다는 꽃 봉우리를 지키기 위한 리프맨들의 협업은 그래서 일방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 워낙 숲 속의 생물체들을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전체적인 줄거리보다는 그림을 감상해보는 것도 즐겁다. 각각의 캐릭터들의 행동반경이 날고, 뛰고, 도망치고 쫒고 하다보니 입체효과도 좋은 편이며, 전체적으로 그린컬러로 主調되어 눈이 피곤하지 않다.

 

 

 


우리가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생명체 공간, 숲. 제목처럼 시적 표현이 자연스레 나올 것 같은 미려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인다. 누가 타라 여왕의 후계자로 지목될 지, 그리고 천방지축이던 소녀가 어떻게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지를 챙겨보는 것도 재미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에픽:숲속의 전설 (2013)

Epic 
8.5
감독
크리스 웨지
출연
한승연, 정진운, 아만다 사이프리드, 조쉬 허처슨, 콜린 파렐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 미국 | 102 분 | 201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