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보 - [리뷰]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한 줄 소감 : 달팽이는 느리다는 속성을 뒤집는 역발상의 시도

 

 

 

Key word // 도전, 스피드, 꿈, 경쟁의식

 

 

허름한 창고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F-1경기를 보면 엑시터시를 느끼는 달팽이가 있다. 본명은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터보라 불러달라는 이 녀석. 하지만 텔레비전이 아닌 현실은 갑갑하기 이를데 없다. 좁은 토마토 밭에서 다른 달팽이들과 물러 터진 토마토나 나눠먹어야 하는 신세. 집주인의 잔디깎는 소리와 주인 아들 녀석의 세발 자전거가 공포의 대상이지만 터보에겐 꿈이 있다. 바로 스피드다. 달팽이에게 스피드란, 35cm를 17분 안에 주파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가당치도 않는 꿈을 꾼다는 건 높이 사줄 만하다.

 

 

영화 터보는 바로 이 꿈을 말한다. 비단 달팽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도 않고 안될 거야라며 지레 포기를 한다거나, 조금 하다 바로 그만두고 풀어 죽은 채, 자신의 한계 능력을 미리 재단하거나 남들과 비교해가면 무능력을 탓하는 등.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터보에겐 통하지 않는 구실일 뿐이다.

그럼 터보에게 물어보자 빨리 달려서 어디다 쓰게? 그의 대답은 당돌하다. 자신의 우상인 최고의 레이서 기 가니에와 한판 붙겠다는 것. 승부를 떠나 달팽이와 스피드 레이스의 경연이 가능한 걸까?

 

 

터보가 자신의 별명처럼 터보엔진을 장착하게 된 건 자의에 의한 건 아니었다. 만화적 장치에 따라 일종의 사고를 겪고 난뒤 아산화 질소를 흡입하고 나니, 자신도 모르는 초능력이 생긴 셈이다. 이 점은 의미가 있다. 만약 터보가 평소에 스피드에 관심이 전혀 없었거나 익은 토마토나 나눠먹는 인생에서 만족하고 말았다면 설사 그에게 빨리 달리는 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하나 영화에선 멕시코 출신 타코 요리사 형제가 나온다. 그들의 신분도 불안정하다. 남의 나라에 와서 성공이라는 건 타코를 하루에 몇 개 더 파는 것 뿐인 그들에게 능력있고 노력하는 재주꾼을 만나 키우는 재미를 얻는 건 금전적인 성공이상의 의미다.

 

 

이들 뿐 아니다. 우연히 만난 여러 캐릭터들의 친구들. 그들 역시 지금 보다 빨리 달리고픈 달팽이들만의 고민을 안고 산다. 하지만 자신들 보다 좀 더 능력있는 터보를 향해 아낌없이 격려를 해주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있다.

이 영화에선 아쉽게도 악역을 인간이 맡는다. 바로 기 가니에다. 우상에서 하루아침에 경쟁상대가 된 그에게 이른바 협잡과 반칙을 통해 작디 작은 연체동물과 스피드 경쟁을 하게 하고, 결국 승부를 내야 하는 비정한 상황을 연출하게 했지만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볼거리이니 탓할 이유는 없다.

 

 

앞 부분에서 터보가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 과정,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후반부는 레이싱 장면이 나오면 흥을 돋운다. 이 부분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데 굉음을 내며 달리는 카레이싱 장면은 실사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더불어 입체효과도 만만치 않은데, 초반에 까마귀가 공중을 헤집고 다니는 장면과 함께 최고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사실 터보라는 캐릭터는 다소 허장성세가 강한 인물이다. 꿈을 꾼다고 다 그 꿈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결코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더불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다는 점에선 인복도 타고 났다. 좁은 토마토 밭에서 나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며 결승점을 앞두고 힘들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안타깝게 봐줄 때 그의 꿈은 이미 실현된 게 아닐까?

 

 

 

아직은 달팽이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F-1 챔피언이 되겠다는 도전정신, 이 영화가 간곡히 주장하는 바다.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그리고 슈렉을 관통하는, 제작사 드림웍스의 일관된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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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2013)

Turbo 

9.8

감독

데이빗 소렌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폴 지아마티, 마이클 페나, 루이스 구즈만, 빌 하더

정보

애니메이션 | 미국 | 96 분 | 20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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