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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 - [리뷰] 살기 위한 인간의 본성을 끄집어내다

효준선생 2013. 7. 22. 09:00

 

 

 

 

 

 

   한 줄 소감 : 야전 스릴러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였다

 

 

 

 

 

근 군(軍)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고 있다. 케이블 방송의 푸른거탑과 지상파의 진짜 사나이가 그것인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매주 이렇게 군대이야기가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는 이유는 이미 군대를 다녀왔거나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마음이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면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군 문화를 분식(粉飾)한다고 해도 아직 가지 않은 장정들에겐 나름 공포스러울 수도 있는데, 영화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군대 이야기를 다루었다기 보다는 제한된 공간에서 오해와 실책이 겹치면서 발생하는 상황적 딜레마를 군복을 입은 주인공들로 하여금 긴박하게 그려낸 영화로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상명하복이 생명은 야전에서 하극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공포심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총기와 수류탄이 난비(亂飛)하는 사이에서 목숨을 유지하려면 거짓말과 삼십육계 줄행랑만이 방법인지라 결국은 인간 본성 저 밑바닥의 그것을 끄집어내는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야전 스릴러가 마치 전방의 어느 야산을 연상케하는 북한 방송과 지뢰가 곳곳에 묻힌 통제구역에 들어온 민간인들까지 엮이면서 이야기는 더욱 쫄깃해졌다. 이들이 서로를 해쳐야 하는 이유는 애초엔 없었다. 하지만 고요하던 바다에 돌멩이를 하나 던지자 물 속을 유유히 유영하던 물고기들이 난리라도 난 듯 근처의 물고기를 향해 공격성향을 보인다는 말처럼 이 영화도 숙영지 구축 작전에 나선 4명의 전방부대원들이 어떻게 변모하는 지 살펴보면 재미있다.

 

 


군대 영화라고 하면 흔히 체제를 홍보하거나 혹은 가상의 적을 상정해서 냅다 총질을 하고 몇몇을 사살했는지, 혹은 그것으로 안보만이 살 길이다라면서 득의양양했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그런 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케하는 지독한 개인주의와 마치 극본없는 드라마처럼 이어지는 산발적인 해프닝의 연속이 고도의 심리극을 보는 것과 같았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추격전과 폭발이 반복되면서 다소 신선한 맛이 줄어들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마지막 한 방은 극 초반부 아슬아슬했던 여자 장교와 부하 사병간의 알력에서 시작한 팽팽한 긴장감을 관통해버렸다.


이 영화는 규모로 승부하기엔 상당히 작다. 하지만 선뜻 내기 힘든 기발한 아이디어와 인간의 본성이 어떤 형태와 질감으로 뻗어나갈 지에 대하여 꼼꼼하게 고찰한다. 그 안에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민간인들과 나름 무력을 가진 군인들의 대비. 그리고 계급장이라는, 시간이 만들어준 권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비인간적인 모습들이 잘 드러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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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구모
출연
박그리나, 이승진, 김구현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한국 | 89 분 |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