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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르소나 - [리뷰] 우린 몇 개의 가면을 쓰고 살까

효준선생 2013. 7. 20. 09:30

 

 

 

 

 

    한 줄 소감 : 단 두 사람이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심리와 철학을 장면마다 녹여냈다.

 

 

 

 

 

 

근 감성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친절이라는 목표아래 개개인의 심리상태는 철저하게 감추고, 고객들을 웃음으로 응대해야 하는 종업원들의 고충이 담긴 용어다. 이들은 육체적인 노고보다 정신적인 노고를 인정하지 않았던 종래의 고용시장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봐주는 것 자체가 노동에 대한 환기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특정한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제 감정과 다른 표정을 짓는 것을 융은 가면의 인격이라고 했다. 학생일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그 보수를 받게 되는 순간 사람들은 한 두개 씩은 가면을 챙겨서 출근을 한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상사와 동료 접대용으로 하나, 고객을 응대할 때 써야 하는 가면이 또 하나. 퇴근을 하는 순간 홀가분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가면을 벗어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66년 만들어졌던 스웨덴의 명장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페르소나가 다시 개봉한다. 실어증으로 의심되는 여자와 그를 간호하는 여자, 그녀들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리고 한 사람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다른 사람은 두 배의 언어량으로 한 사람 몫을 한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내용은 충격적인 건 아니다. 흔히 주변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언급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접점이 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아와 또 다른 자아가 거울을 보면 말을 거는 것 같은 효과를 시도한다.

 

 


간호사는 환자를 돌봐야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자신이 먹고 살 돈을 마련한다. 처음의 이야기는 진솔하고 큰 무게감은 없었다.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를 늘어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듣는 여자는 묵묵부답이다. 마치 모르는 외국어를 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간호사는 열과 성을 다해 그녀에게 말문을 틔여주기 위해 애를 쓴다. 요양원이 부족하다싶어 밖으로 데리고도 나갔다. 하지만 변함이 없었다. 충격요법을 써보지만 그때 뿐이었다.

 

 


그녀들이 일심동체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시점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낸 이후였다. 가족 이야기가 시작되고, 꿈처럼, 회상처럼 각자의 삶이 이야기 되어졌다. 현실의 그녀들은 고통스럽게 받아들이지만, 가면을 벗어냈다는 것처럼 속 시원한 건 없다.

 

 


더 이상 간호가 필요없게 되었을 땐, 그 두 사람은 원래 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서로에게 동화되었다. 여배우 엘리자벳에겐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무척 심각한 상황이지만 다시 말을 찾앗을땐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해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신이 풀어야 하는 숙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외면적으로는 침묵이 가져다 주는 답답함과 나름 행복하다가고 믿는 인생사가 충돌하면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자신 내면에 꼭꼭 숨겨둔채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는 心思가 가슴 속에 담겨있다면 그 역시도 불행한 삶인 것이다. 그땐 여러 개의 가면도 소용없을 것 같다. 

 

두 여자의 심리는 하얀 벽이 칠해진 병실과 외딴 집과 닮아 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버스는 그 간극을 헤집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일뿐이다.

 

 

 

 

오프닝과 엔딩에는 러프컷들이 인위적으로 붙여져 있다. 그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적지 않은 이미지들은 "영화"에 대한 오마주처럼 여겨졌다. 영화 페르소나는 영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박한 이미지들의 延長이며, 두 여자의 소통은 시대 앞에 녹여낼 수 있는 개인의 심리적 분석의 극대화였다.

 

 


황량한 발트해를 배경으로 한 돌투성이의 포뢰섬 로케는 메마른 캐릭터들의 은유이자 베리만 감독에겐 자신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공간이었다. 말을 잃어버린 환자 엘리자벳으로 나오는 노르웨이 출신 배우 리브 울만은 베리만의 연인이었으며 베리만의 후반기 작품 대부분에 출연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페르소나 (2013)

Persona 
0
감독
잉마르 베리만
출연
리브 울만, 비비 앤더슨, 마가레타 크룩, 군나르 뵈른스트란드
정보
드라마 | 스웨덴 | 85 분 |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