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링 - 사각의 정글을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

효준선생 2013. 7. 13. 09:00

 

 

 

 

 

   한 줄 소감 : 산다는 건 투혼의 연속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각의 링만 놓고 보면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다. 소형 아파트 한 채도 집어넣기 힘들텐데, 그 안에서 뛰고 땀을 흘리고 상대방을 눕혀야 하는 두 선수들의 모습만 보면 결코 좁아 보이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그 결전의 장에 오르기 전, 준비의 과정이 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대표적인 헝그리 운동종목이라 하는 복싱, 갈수록 하는 사람도 줄고 인기도 예전만 못하지만 복싱은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격투기 종목이 아닐까 싶다. 상대를 제압해야만 자신이 살 수 있었던 원시시대부터 복싱은 있어왔을 것 같다. 이렇게 목숨걸고 싸우는(실제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적지 않다) 복싱에 도전한 여성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도하는 사범도 있다.

 

 


영화 링의 주인공들은 여러모로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격인 박현성 관장은 80년대 올림픽 국가대표를 꿈꾸던 복싱 유망주였고, 여의치 못한 결과에 링을 떠나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친 몸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곳은 결국 그가 청춘을 불살랐던 링 밖에 없음을 깨닫고 후진 양성에 매달렸다.

 

 


이 영화엔 박관장과 그의 제자들, 특히 머리를 쓰면서 펜 밥만 먹을 것 같은 박주영 선수를 중심으로 그녀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대회에 나가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다. 관장이라고 하지만 화면에 보이는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3명 뿐이다. 처음 화면에 등장한 박관장의 모습은 좀 달라보였다. 훈남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화상 후유증으로 살갗이 벗겨지고 손가락이 굽어 있었다. 게다가 발목부위도 성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욕설까지 섞어가며 제자들을 훈련시키는 모습에선 무엇이 그를 그토록 링 위로 내몰았을까 싶었다. 상대로 하여금 독이 오르게 만들고 그녀들이 휘두르는 주먹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박관장. 힘들어 보였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은 이제 링 위에 올라 시합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링 밖에서 자신이 키워낸 제자들의 파이팅을 바라보며 환희와 걱정으로 교차된 모습을 얼핏 보고 있노라니, 신산한 삶이로되,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박주영 선수는 복싱이 아니라도 다른 직업을 찾으려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실력파다. 자격증도 여럿가지고 있고 책을 보고 공부를 하는 걸 취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복싱은 최소한 영화 속에서만큼은 아쉬움이 적지 않아 보였다.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타이틀을 땄음에도 정작 올림픽 출전권은 따지 못했고, 절친인 후배 복서와의 대결에서도 지고 말았다. 스무살 후반의 그녀에겐 어쩌면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여배우이면서도 실제 국가대표 복싱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시영으로 인해 여성들의 복싱 참여인구도 조금 늘었다고 한다. 이 영화가 마냥 복싱을 예찬만 하는 스포츠 홍보영상은 아니다. 운동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은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왠지 얻어맞을 일이 있을 것 같은 복싱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복싱은 타인을 꺼꾸러뜨리기 위해 하는 운동은 아니다.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이며 거기서 승부와 관계없이 희열을 느낄 수 있다면 만족인 것이다. 계체량 때문에 모진 고생을 다하고, 시합때마다 얻어맞은 흉터가 걱정도 된다. 하지만 그녀들은 박관장을 믿고 의지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그녀들의 복싱생활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 영화는 고단한 삶을 살았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후학들을 실망시켜주지 않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 진정한 복싱인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진혁 감독과 출연진들과의 인연과 호흡도 들어볼 만하다.    

 

 

 

 


(2013)

The Ring of Life 
9.4
감독
이진혁
출연
박현성, 박주영, 이혜미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5 분 | 20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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