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 자연 앞에 너무나도 작은 존재

효준선생 2013. 7. 11. 10:00

 

 

 

 

 

  한 줄 소감 : 화면에서도 고소공포가 느껴질 정도.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 웅위로운 만큼 산이 주는 경외감도 크다. 멀리서 보이는 산봉우리와 능선은 마치 달력 사진에서 보듯 그저 멋지다 라는 형용사로 만족하지만 그 산 안에 있을 때 자연이 이토록 두려운 존재라는 걸 깨닫게 한다. 많은 산악인들에게 왜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산에 오르냐고 묻는 다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남들은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오른다고 하지만 아마 숙명같은 게 아닐까” 이렇게 대답을 할 것이다.

 

 


영화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는 1997년 파키스탄에 속한 히말라야 연봉 중의 하나인 가셔브롬 4봉을 성공적으로 등반한 등반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이미 한 차례 실패한 바 있는 1995년의 이야기까지 포함하면 17,8년 전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서 놀란 것들은 이들의 등반이 지독하게 어렵다거나 숨막히는 스릴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워낙 베테랑들의 등반인지라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영상으로 옮겨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요즘은 장비도 좋아져서 공중파에서도 산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상시적으로 나오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럴 여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화질은 약간 낡았다 해도, 악천후 속에서 산을 오른다는 사명감 외에 그 장면을 찍는 다는 것을 부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는 아마 그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등반 과정만으로 보여주려는 트래킹 가이드는 아니었다. 등반 도중에 사망한 슬로베니아 산악인과의 에피소드, 남의 나라의 얼굴도 본 적 없을 산악인임에도 산에서 죽은 그를 위해 의미있는 위패를 세워주고 한국식으로 제사도 올리고 그리고 2년 뒤 보은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리고 가셔브럼 4봉 완정이후 찾은 산행길에서 대원을 잃게 된 사연들이 나오자 이내 숙연해지고 말았다.

 

 


산악인들에겐 산이 연인이자,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혹은 무덤이 될 지도 모른다. 이 영상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지금 어찌 사는 지도 소개가 되는데, 어쩌면 하나 같이 산과 완전 동떨어져 살지 못하는지, 그런게 바로 숙명인 듯 싶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산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영화를 보고 지하철을 탔는데 음주를 거하게 한 한 무리의 등반객들이 소란스레 떠들며 오늘의 무용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비롯해 삶의 의욕을 상실한 자들에게 이 영화를 조심스레 권해보고 싶다. 높은 곳에 오른다는 건 산을 정복했다는 게 아니라 산이 당신에게 정신 좀 차리고 살라며 기회를 준 것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해발 7,925m의 가셔브럼 4봉, 두 번에 걸친 도전 끝에 기어코 코리안 다이렉트라는 이름을 얻어낸 그들의 등반기록, 정상 부근에서의 영상기록이 소실되어 추후에 논란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곳에 오른 것이 아니라며 논란을 확대시키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는 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지날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때를 회고하면 자랑스러울 밖에 없고, 그때의 대원들이 지금 봐도 피를 나눈 형제처럼 느껴진다면, 그들의 삶은 얼마나 숭고한 것인가. 산이 그들에게 나눠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2013)

We Were There 
10
감독
박준기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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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2 분 |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