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퍼시픽 림 - 카이주(怪獸)도 먹고 살아야 하겠기에...

효준선생 2013. 7. 13. 21:00

 

 

 

 

 

   한 줄 소감 : 규모로 압도한 비주얼, 많이 들어본 에피소드

 

 

 

 

Key word // 로봇 vs 괴수, 환경오염, 굉음, 섬광, 복수

 

 

 

간이 지구의 주인행세를 한 지 수 천 년이 되었다고 하지만 만약 다른 생명체 역시 이곳을 호시탐탐노리고 있다는 가정을 해보자. 병존할 수 없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으로서는 당연히 물리쳐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그들과의 한바탕 난리법석은 다양한 형태로 영화 소재로 등장하곤 했다.

 

 

 


영화 퍼시픽 림은 기존의 인간이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과는 좀 다른 캐릭터의 괴생명체다. 그들은 우주에서 온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태평양 심해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올라와 파괴를 일삼는다. 그런데 그들의 생태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보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오래전 이 지구에 왔던 적이 있었다. 단지 자신들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 때문에 때를 이루지 못했지만 인간 스스로가 환경을 오염시킴으로써 오히려 그들에겐 천혜의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는... 결국 괴생명체의 전면적인 등장은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다.

 

 


그들의 외양은 마치 유전자 변형을 심각하게 겪은 지구상의 동물의 돌연변이처럼 보인다. 하나의 유형도 아니다. 바닷생물, 육지생물, 심지어 날개가 달린 녀석도 보인다. 가장 놀라운 일은 그들이 크기다. 웬만한 빌딩 두 어채 크기의 녀석들은 인간이 내세우는 선과 악의 기준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파괴만이 본능인 셈이다. 하기사 지금 외계인의 조종을 받는 그들이 혹시라도 이 지구의 주인이 된다면 인간이 수천 년 동안 구축한 모든 인공물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도록 유전화되었다. 원시인들에게 마제석기와 활이 무기였다면, 엄청난 괴생명체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걸맞는 크기의 로봇이 제격이다. 예거라 불리는 로봇들. 독일어로 사냥꾼을 의미한다. 이들은 종종 승전보를 울리며 아직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다라며 큰 소리를 쳤지만 불길한 조짐은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이 영화가 공상과학 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가 로봇외의 인간들의 모습이 다소 박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로봇을 움직이는건 분명 파일롯과 지상 운영요원들이지만 그들에게 괴생명체를 없애는 건 오로지 기계에 의존하는 것 말고는 보여주는 게 별로 없다. 다들 사연하나씩은 가진 고아처럼 행동하고, 팀웍의 부재까지 노출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려고 애를 쓰지만 그저 익숙하게 보아온 영화적 장치에 불과해 보였다.

 

 


그런 이유로 이 영화는 카이주라고 불리는 (일본어로 怪獸) 괴생명체와 그들과 맞서 싸우는 로봇 예거들의 엄청난 규모의 전투 씬을 빼고 나면 그다지 활력없는 잡다한 인생 하소연 정도로밖에 느껴지지가 않았다. 거기에 지명도가 별로 없는 배우들의 면면도, 결국엔 예거와 카이주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에 대한 관심에 묻힌 셈이다.

 

 


괴물을 지칭하며 일본어로 된 단어 카이주라고 하고 거기에 맞서 싸우는 로봇을 예거라고 하는 탓에 일본의 경제 만능주의에 맞서는 유럽국가의 이해라고 보았지만 여주인공을 일본 배우 기쿠치 린코를 쓰는 바람에 그런 자의적인 추측도 희석되고 말았다.

 

 

 

 

카이주의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할 수도 있다. 선배격인 고질라와 달리 지능적으로도 인간 못지 않고 전투력도 막강했고, 번식력도 자연계의 동물을 닮아 조만간 새로운 지구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뻔 했지만 마치 일본의 카미가제 특공대처럼 살신성인(?)을 해버리고 마는 주인공들의 활약에 한 방 먹은 셈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로 카이주가 박멸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바닷 속 더 깉은 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인간들이 제 욕심만 차리며 지구를 훼손할 때 언제 또다시 등장할 지. 그런게 연출을 맡은 길예르모 델 토로 의 심중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 그의 전작과 달리 입김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결코 아니다. 엔딩에 등장하는, 카이주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의 모습이 그가 다른 영화에서 자주 등장시키는 쥐의 모습과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퍼시픽 림 (2013)

Pacific Rim 
7.3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헌냄, 이드리스 엘바, 키쿠치 린코, 찰리 데이, 로버트 카진스키
정보
SF | 미국 | 131 분 | 201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