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콩가네 - 지지고 볶아도 가족인 걸 어쩌겠나

효준선생 2013. 7. 11. 09:00

 

 

 

 

 

  한 줄 소감 : 이러고 어떻게 사냐고? 이러고들 산다

 

 

 

 

 

원도 속초에 사는 장백호씨 댁, 가장이 수감생활을 하는 지난 십여 년간 이 집에선 요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차이가 적잖게 나 보이는 아내와 장녀와 차녀, 그리고 막내아들. 그들의 나이 차이가 모두 4년씩이라는 걸 보니, 장백호씨의 가석방도 거기에 주기를 맞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출감이 얼마남지 않아서 이번에 나오면 먹고 살 준비삼아 국수가게를 차리려고 하건만, 교도소에서 일하며 한 푼 두 푼 모아둔 5백 만 원이 사라졌다. 대체 누가 가져간 거야?

 

 


영화 콩가네는 최근 보기 드문 생활밀착형 코미디 겸, 연극에서 자주 봐오던 소동극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없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의 부재가 아닌 나머지 가족들의 행실이 영 마뜩치 않아 보여서였다. 여자들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 채 살 냄새를 풍기고 다니고, 아들 하나 있는 것도 공부보다 엉뚱한 것에 정신이 팔려 있다.

 

 


남편과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난맥상이 이 영화의 주제라면, 감금은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주요 장치였다. 특정한 장소에 갇힌 상태로 주인공들의 심리와 행동변화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갇힌 창고에서 빠져 나올 수 있어 보이지만 이들은 그럴 마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여기서 다루고 싶은 건 기회비용과 관련된 이야기다.

 

 


가장 장백호씨는 지금 당장 돈 5백만원이 필요하다. 없어진 돈은 가족들 중의 누군가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가둔 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정도 돈 때문에 가족을 가둘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가족끼리 왜 저래라는 도덕적 측면이 아니고, 저러다 직장에서 짤리면 입게 되는 경제적 손해라는 측면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

 

지방 방송국에 다니는 딸이 언급한 돈 2천 만원이 든 통장과 자기만의 아지트를 빌린 보증금만 해도 충분해 보이며, 거기에 아내는 마트 캐셔로 다니고 그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낸 둘째 딸과 학생인 아들은 학교를 못가게 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다.

 

 


그런데 웃기는 건 아무도 그런 큰 틀안에서의 손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갇힌 이유에 대해 아버지에게 결사적으로 반발하지 못하는 것과, 가족들을 둘러싼 외부의 환경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 이 영화를, 돈이 아닌 가족들의 이중생활을 블랙코미디처럼 만들고 싶었던 이유다.  

 

가족 해체 시대를 살면서 장백호씨처럼 집에서 함께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함께 살면서도 어느 순간 남처럼 데면데면해져버린 가족간의 사이. 결코 이들 가족보다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가게를 차리는데 매달리지만 그건 그렇게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그동안 하지 못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해보겠다는 의지처럼 보이고, 나머지 가족들로서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차마 외면만 할 수는 없겠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충정은 아니었을까?

 

 

말괄량이 둘째딸이 요일마다 만난다는 남자녀석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는 합의금으로 가진 돈을 홀랑 날려먹은 에피소드나, 예상치 못한 또 한명의 가족이 등장함으로써 자식으로 산다는 게 부모로 산다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는 이 영화가 애초부터 가족 이야기였음을 환기시켜준다.


설령 제목처럼 콩가루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만 어쩐지 콩가루를 잔뜩 넣고 만든 콩국수처럼 고소한 냄새가 난다. 가족이란 뭐 그런 거 아니겠냐고 묻는다면 차마 외면하기 어려울 듯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콩가네 (2013)

Kong's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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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남기웅
출연
김병옥, 윤다경, 심은진, 서효명, 김동범
정보
가족, 코미디 | 한국 | 108 분 | 201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