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명왕성 - 이너서클에 빠져버린 사람들

효준선생 2013. 7. 12. 09:00

 

 

 

 

 

   한 줄 소감 : 학교가 아닌 정글이다. 살아남으려면 물어 뜯고 몸부림쳐야 한다.

 

 

 

 

Key word  // 배제, 틈입, 상처, 몰관심, 경쟁

 

 

느 조직이든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이너서클은 해당 조직 내에서 소수의 핵심 권력층만으로 이뤄진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뜻인데, 다들 들어가기를 원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일단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발을 빼지 못한다는 제약도 있다. 내부의 사정에 대해 추측만 할 뿐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없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만 오고 갈 뿐이다.

 

 

 

영화 명왕성이 화제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것은 호재로, 등급심의에서 청소년 관람불가에서 15세 관람가 영화로 등급 변경되어 개봉하게 된 것은 그다지 호재인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오른 이유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어른들을 뺨치는 그들의 행동이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정말 학교 내에 저런 조직과 아이들이 있느냐며 실제와 연동을 시켜가며 의구심에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것도 솔직히 부담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배역들이 고등학생이다 보니 행동하는 게 다소 유약해 보인다는 점 말고는 성인들의 이야기와 비견될 만 했다. 그렇다고 쉽게 조직 폭력배들만의 이야기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따지고 보면 회사라는 조직도 마찬가지고, 군대도 그렇다. 마음이 맞는, 자기의 역할 분담이 철저한 그들끼리의 조직이라면 그게 이너서클이 된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유진 테일러, 이름에서 보다시피 미국 물 좀 먹는 그는 소위 짱이다. 그런 그가 죽었다. 그동안 그에게 곤란한 일을 종종 겪었던 전학생 준에게 시선이 쏠리고 그는 경찰의 피의자 심문을 받는다.


이 영화는 천체에 대해 두 가지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제목인 명왕성처럼 태양계에 속했다고는 하지만 명왕성 다음으로 태양에서 가장 먼 곳에 자리한 해왕성에서도 엄청 멀리 떨어져 있고 다른 항성과 다른 궤적을 보이고 있으며 배제한다고 해서 태양계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과학계의 견해에 의해 하루아침에 미아가 될 처지에 놓은 행성이다. 또 하나는 이클립스라고 하는 蝕이다. 니트로 글리세린으로 만든 사제 폭탄을 들자 그들의 눈앞에선 일식이 벌어졌다. 그럼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라진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걸 인간관계나 조직과 대입시킨다면? 시험이 끝나면 전교 석차에 대자보처럼 나붙는다. 1등의 이름과 더불어 주목 받는 건 10등 안에 들어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한 아이들만의 특별한 학생이 되느냐였다. 여기에 들고 못 들고 하는 자체에 아이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지만 그들은 노력과 운이 아닌 저열한 폭력의 방식으로 그 순위를 뒤집어 놓는다. 그러나 1등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밀림의 왕자 사자가 가진 1위 자리를 호심탐탐 노리는 여러 야수들은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2인자라도 되고 싶어 한다. 만약 어느날 2위 자리에 떡하니 올라서면 당연히 1위가 코앞이고, 그 마저도 꺾어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이상하다. 10위권 마지노선에 있던 학생들의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과거의 사건들은 대부분 2인자라도 되고픈 아이들의 폭력적 행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다시 이너서클 이야기를 해보자 전교 10등 안에 든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오답노트를 돌려 본다. 10위권 밖의 아이들에겐 바로 이 소문만 무성한 오답노트를 손에 쥐는 게 소원일테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10위안에 들어 소위 “진학재” 무리에 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10위 안으로 들어온 다고 해서 아무나 이너서클 멤버가 되는 것도 안니다. 이른바 로열티가 있어야 한다.


이너서클 안에서도 서열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럴 때 마다 아이들은 사다리 걷어차기를 시도한다. 부모의 부나 권력의 힘을 빌기도 하고, 그게 안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얼핏보면 기성세대들의 끔직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이미 신체적으로는 성인에 가까운 아이들의 행동을 유치하다고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화 명왕성에서 가장 인상적인 학교 옥상씬, 평범해 보이지만 순간적으로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이 영화는 종래 학원영화처럼 친절한 타협을 거부한다. 그냥 처음부터 해왔던 대로 무자비한 징벌적 해결책을 내보인다. 어른은 무능력하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혹은 귀를 기울여 들어본 적은 있었던 건지, 그저 자기 앞가림에 급급하고 아이들에 대한 호통과 질책만으로는 그들을 달랠 길이 없어 보인다.


영화 명왕성은, 마치 태양계 안쪽에 자리한 여러 개의 행성을 하나의 조직이라고 볼 때 가장 밖에서 외톨이처럼 떠돈다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밝을 明이 아닌 어두울 冥을 쓰는 그 행성의 이름처럼, 한창 빛나야 하는 청춘 시절을 그 옛날 보안사 고문실을 연상케 하는 컴컴한 지하실에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 사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학교가 경쟁의 정글이 되어버린 요즘에 경각을 던져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명왕성 (2013)

Pluto 
8.7
감독
신수원
출연
이다윗, 성준, 김꽃비, 김권, 조성하
정보
드라마, 스릴러 | 한국 | 107 분 | 201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