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스터 고 - 고릴라와 함께 한 휴먼 드라마

효준선생 2013. 7. 9. 09:00

 

 

 

 

 

  한 줄 소감 : 중국과 야구라는 키워드, 내겐 불가피한 최적의 선택

 

 

 

 

 

 

화 미스터 고는 단연코 한국 영화사에 한 줄 남길 만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제대로 된 최초의 3D입체영화. 안경 쓰고 보는 영화에 익숙하지만 대부분은 물 건너온 외화라는 사실. 오늘도 안경을 쓰고 보면서 전과 달리 상당히 눈이 편안함을 느꼈고 가끔 눈 앞으로 날아오는 야구공 때문에 몸을 움츠리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건 그동안 제대로 된 메이드 인 코리아 입체영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최고 덕목은 야구장을 중심으로 그 넓은 공간을 3차원적으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기존의 스포츠 영화들은 선수들의 동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공만을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아예 미리 공이 날아갈 장소에 카메라를 대 놓고 공이 날아오는 걸 마중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이렇게 찍어내기 위해서는 특수 카메라와 특수 효과등 기술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했겠지만 바로 이런 점들이 “한 줄”의 요소다.

 

 


허영만 만화 제7구단에서 모티프를 따온 이 영화는 중국에서 온 고릴라,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하다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관심을 모았다. 야구 불모지인 중국발 고릴라의 등장과, 인간이 아닌 동물이 인간과 더불어 경기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바로 김용화 감독이 가장 큰 중점을 둔, “어떻게 하면 (고릴라)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라는 화두에 역설적으로 들어 맞는다.

 

 


이 영화를 동물 영화나 혹은 스포츠 영화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 그 안에는 동물이나 스포츠 보다 중요한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음이 여러군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현재 가장 많은 인기를 받는 스포츠 종목 중의 하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돈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프로 스포츠의 至上인 프로야구에서 정작 이 영화의 주인공 미스터 고가 챙기는 건 바나나, 혹은 대나무 뿐이다.

 

 


중국 소녀 웨이웨이가 지진으로 죽은 할아버지가 남겨놓은 빚 독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릴라 링링과 남의 나라에 와서 눈칫밥을 먹는 이유도 다 돈 때문이고, 빚 독촉을 하는 중국 사채업자들도 결국 돈을 따라 거칠 게 행동하는 무뢰배들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잘나가는 에이전트 성충수도 그동안 선수들을 미국, 일본에 팔아먹었다는 소리를 듣고, 각 구단 단장과 총재도 결국 돈 앞에서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인물군으로 등장한다.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 왕서방 앞의 곰이 아닌 고릴라 링링이 한국 야구팬들 앞에서 재주를 부리고 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은 물질 사회의 어쩌면 당연한 片鱗들이다. 두 일본 야구단을 경쟁시켜 이적료를 두둑히 챙기려는 모습도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돈독에 오른 사람들에게 진짜 어려운 일에 닥친 그들을 위해 동물은 謀利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진이 난 현장에서, 웨이웨이가 곤란에 처한 상황에서 링링은 오히려 그런 인간들을 구원해주었다.

 

 


오히려 같은 고릴라인 레이팅을 앞세워 자신과 결판을 내게 하고,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쩔뚝거리는 자신의 안위보다 결승타 한 방 날려달라는 사람들의 요구 앞에서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인 링링은 아무 소리없이 타석에 나선다.


고릴라 링링은 실존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내내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저 기술력이 좋아져서 컴퓨터 그래픽이 눈 속임한다는 걸 못느껴서가 아니다. 설사 조악한 비주얼이었다 치더라도(실제로는 아주 훌륭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인간답게 사는 걸 나한테 배우면 안되겠니?" 라고 묻는 것 같아서였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하면 도태된다. 만약 링링이 고참야구선수였다고 치자. 최고의 선수는 아닐지라도 묵묵하게 자기 몫을 해온 그가 어느 날 큰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을 때 팬들은 안타까워하다가 이내 기억 속에서 잊고 말 것이다.


서커스 단에 팔려와 인간들 속에서 자라고 인간의 말은 할 줄 모르지만 링링의  속내는 인간 그 이상의 깊이를 가지고 있었음을 발견한다면,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셈이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야구장도, 서커스단도 아닌 밀림 어느 숲속일테지만, 그는 제 몫을 하고 떠난 어느 베테랑 야구선수처럼 보였다.   고릴라가 날려대는 깡 소리 나는 홈런 장면은 더운 여름, 시원한 캔 맥주 따는 소리 이상의 쾌감을 줄 것이다. 나머지 사람 배우들의 연기는 맛깔난 보너스. 가열찬 흥행을 기대해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미스터 고 (2013)

Mr. Go 
8.4
감독
김용화
출연
링링, 성동일, 서교, 김강우, 김응수
정보
드라마, 코미디, 액션 | 한국 | 133 분 | 201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