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타이치 0 :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효준선생 2013. 7. 8. 09:00

 

 

 

 

 

   한 줄 소감 : 중국 역사를 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1860년 중국 북경거리에 낯선 외모의 양인들이 들어섰다. 노란 콧수염이 참으로 거만스럽게 보였고 이들을 바라보는 북경사람들은 마치 외계인들이라도 보는 양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행이 북경사람들을 분노케 한 건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른바 영불연합군의 원명원훼멸사건. 건륭제때 완공되어 당시 동아시아 최대의, 그리고 최고의 아름다운 황궁 건축양식이라던 그곳은 이들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0년 뒤 1900년 의화단의 난을 빌미로 다시 북경으로 들어온 그들은 선배들이 했던 그대로 다시 원명원으로 쳐들어가 방치되다 시피했던 그곳에서 숨겨진 보물을 약탈했고, 이들 중 늦게 도착해서 노략질에 실패한 군인들은 홧김에 건물들까지 파괴하고 불을 지르는 바람에 일순간 재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 원명원의 흔적은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겨져 약골민족의 본보기로 전시되어 있다.

 

 


영화 타이치0를 보면서 늘 중국영화만 보면 제기되는 중화민족주의의 발현임을 금새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거짓부렁에 민족주의의 살만 덧붙인 것이 아니라 힘이 없이 빌빌거리거나 자만심에 빠져 세상 돌아가는 걸 망각하게 되면 언제든지 당할 수밖에 없는 적자생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장가구라는 어느 협곡에 모여 사는 집성촌 사람들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장가권이라는 권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한 젊은이의 눈을 통해 외세에 맞서 싸우는 대동단결의 힘을 이야기한다.

 

 


볼거리만 놓고 보면 다소 황당할 법한 비주얼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서양의 제국주의와 중화사상의 충돌이 벌어지는 과정, 그리고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수탈을 위해 만들겠다는 철로 건설등이 100여년전 중국에서 일어났던 역사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정확했다.


그 동네에서 나서 자랐으면서도 외국물을 먹고 돌아와 고향을 팔아먹는 캐릭터에다, 오랫동안 고향을 지키기 위해 생존 무술을 연마하며 자신을 지키려는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주인공 녀석보다 더 중요한 건 自强이라는 단어였다.

 


 

요즘엔 중국을 무시하는 열강이 없지만 얼마 전만 해도 중국은 동네북이나 다름 없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도 중국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고, 엔화를 앞세운 일본과 유럽연합의 입김하에서 중국은 도광양회를 도모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중국 입장에선 스스로의 힘을 길러 외세에 맞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숙명에 익숙했던 것이다. 그러니 장가권은 외부인에게 전수하지도 않았고, 외부에서 배우러 들어온 청년에게도 그토록 심한 텃세를 부린 것이다.


주인공 양로선의 머리에 작은 혹이 생겼다고 하여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거라는 상상력은 미래 중국을 이끌고 나갈 구원의 영도자를 기다리는 축원이었다. 비록 지금은 허술하고 미련해보이지만 재주를 가진 그에게 거는 기대도 높아 보였다. 일종의 염원처럼 보였다.

 

 


이 영화는 시리즈 물이자 앞으로 나올 영화의 프리퀄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의 탄생과 성장이 이번 영화의 주된 이야기라면, 이어지는 시리즈 물에서는 본격적으로 외세에 맞서는 그의 활약과 러브 스토리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재주꾼이자 그 자신이 배우인 풍덕륜 연출의 이 영화는 곳곳에서 재기발랄한 연출과 편집이 돋보인다. 간혹은 일본 풍의 삽화도 보이고, 등장인물 옆에 자막을 넣어 배역의 이름까지 소개하는 등 만화같은 설정도 가미해서 중국 무술액션영화가 주는 고루함을 희석시키려 애를 썼다. 주인공 양로선으로 나오는 원효초는 2008년 북경 올림픽 우슈 부문 금메달리스트다.

 

 


이미 2편은 작년 겨울 중국에서 개봉했고, 3편은 올 연말 쯤 선을 보인다고 한다. 비록 중국 근대역사의 한 장면을 과장스런 캐릭터와 설정으로 채워놓았지만 우리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았던 역사를 가지고 있었음에, 대리만족으로 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다. 낯선 배우들도 많지만 코믹액션이 쏟아지는 장면에서는 경쾌함도 느낄 수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타이치0 3D (2013)

Tai chi 0 
6.9
감독
풍덕륜
출연
원효초, 안젤라 베이비, 양가휘, 펑위옌, 서기
정보
코미디, 액션 | 중국 | 98 분 | 201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