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빅 피처 - 대신할 수 없는 타인의 삶, 그리고 나 자신

효준선생 2013. 7. 7. 09:00

 

 

 

 

 

  한 줄 소감 : 불륜이나 복수보다 자신이 진짜 하고픈 일에 대한 주제의식이 마음에 들었다.

 

 

 

 

 

사진이었을까? 세상의 보이는 모든 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데 그 만한 물건이 없지만 어쩐지 기계적인 냄새가 물씬나는 카메라, 누군가는 그 안에 사람의 정과 땀과 눈물이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의 발산일 뿐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그려내는 그림과 다르게 사진은 찍는 순간과 인화해서 나중에 보는 시간과의 시간차로 인해 그 느낌이 같을 리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 눈엔 평생 반려자로 보여 결혼까지 했건만, 언제 어디서 자신에게 등을 돌리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마치 딴 사람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 빅 피처, 사진가가 등장하고 프랑스 파리등이 나오는 스틸 사진만 봐서는 달콤한 예술 영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는 스릴러다. 앞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지금 생활을 조명한 탓에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를 왜 저렇게 오래 보여주나 싶었지만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 외의 넘치는 감정들. 특히 정분같은 건 막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변호사이자 법률사무소의 공동 대표인 남자. 파리지앵의 전형처럼 등장하지만 아내의 불륜과 그 상대방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분노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이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때부터다. 범죄자인 그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려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때 그가 선택한 방법이 기상천외하고, 마치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신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시도가 영화 속에서만이라도 신선해보였기 때문이다.

 

 


죄와 벌이 다를 수 없지만 그가 저지른 죗값을 빼고 나면, 이 영화는 한 번쯤 그동안의 자신이 아닌 완전 남처럼 살고픈 요즘 사람들의 바람을 어느 정도 담아낸 것이 아닐까 싶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지만 섣불리 커밍아웃했다가는 아서라 하면 말리거나 조소가 쏟아질 게 무섭기 때문이고, 더불어 실패에 대한 부담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 주인공 폴은 꾸역꾸역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자신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게 오버스러워 보이지만 가진 게 돈 뿐이라면 이야기는 수월해질 수도 있다. 가짜 여권으로 바꾸고 외국으로 나가 마치 더 이상 자신은 없다는 식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들.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다.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인다는 건 다른 개체의 주목을 끌게 되고, 그게 어느새 누군가에겐 돈이 된다는 파악이 되면, 다시 무대 한 가운데로 몰아버리는 인간들.


자신이 찍은 사진들이 예기치 못하게 다시금 세상의 전면에 서게 되었을때의 남자의 표정은 예술적이다. 그에게 사진은 무엇이었을까 연적의 기술일 뿐으로 생각했건만, 평가는 더 좋고, 움막안에 숨어서 살고 싶었건만 급기야는 덮었던 거적마저 들추게 만든 힘.

 

 


이 영화가 후반부에 와서 탄력을 받는 건 마치 도망자의 이야기에 솔깃해 하는 우리들의 속셈과 관련이 있다. 사실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불륜, 살인 이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통속적인 제재를 그대로 놔두고도 재미를 높일 수 있었던 건 좁은 미로 속에서 통로를 찾아 해매는 주인공을 들여다는 보는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자신을 숨기고 싶은 남자, 그걸 들추려는 세상. 언젠가는 그의 완전범죄가 들통이 날 때가 오긴 하겠지만 어쩐지 그의 도망이 좀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보기 시작한 관객들에겐 엔딩의 치명적 한 방 때문이었다. (양진석의 시네필 소울) 

 

 

 


빅픽처 (2013)

The Big Picture 
9.3
감독
에릭 라티고
출연
로맹 뒤리스, 마리나 포이스, 까뜨린느 드뇌브, 닐스 아르스트럽, 브랑카 카틱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15 분 | 201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