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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 - 상실의 동심, 마네킹과 춤을 추다

효준선생 2013. 7. 5. 09:00

 

 

 

 

 

 

  한 줄 소감 : 터질 것 같은 분노가 납득이 되는 순간, 말리고 싶었다. 인상적인 새드 호러

 

 

 

 

자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 분노의 끝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여성이라는 것은은 그가 평생을 안고가야 할 트라우마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그의 엄마, 유흥가를 전전하며 뭇남성에게 웃음과 몸을 팔았다.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왜곡된 사랑의 모습이 고스란히 각인되어 성인이 된 지금, 남자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겠고, 그런 답답함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 즉 마네킹에게 투영되었다.

 

 


영화 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은 배우 일라이저 우드의 원맨쇼와 같은 영화다. 모름지기 배우라면 한 번쯤은 광기어린 배역을 연기해보고 싶어한다는데 그런 면에선 이 영화가 그의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을 것 같아 보였다. 커다란 눈, 다소 왜소한 체구, 그리고 백짓장같이 흼 피부에서 비춰지는 뭔가 과거에 매달려 살 것 같은 이미지는 영화의 주인공 프랭크와 무척 흡사해 보였다.

 

 


프랭크의 오늘은 서른 쯤으로 보인다. 마네킹 복원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고 있다. 오래된 망가진 마네킹을 마치 새것 같이 다듬어내고, 옛날 마네킹은 그것대로 되살려내서 마네킹 안에 새로운 인생을 불어 넣는 業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곁에 없다. 폐업한 가게 안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놓고 그가 벌이는 끔찍한 현장의 모습은 왜 그에게 그런 과거의 정신적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 여태 떠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에게 사랑은 보통사람들이 말하는 그것과는 다르다. 폭압적이고, 퇴폐적이고 일회성인 것들이다. 영화 중반부 까지 그에 의해서 살해되는 4명의 여성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좀 노는 아가씨”들로 치장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온 애나는 다르다. 그녀는 먼저 프랭크의 일을 인정해 주었고, 그녀의 흔치 않은 직업인 마네킹을 활용한 예술작품은 거의 평생을 골방 신세를 면치 못했던 프랭크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예술의 밝은 면을 가진 애나와 그녀에게 섣불리 다가서지 못한 채 서성거리는 프랭크의 관계는 단번에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닌 듯 싶었다.

 

 


프랭크는 여성의 머리에 유난히 집착을 한다. 유흥가의 여자로 전전하던 엄마가 쓰던 금발의 가발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영화 속 영화로 나오는 <칼리갈리>의 한 장면이기도 했다. 살아있는 여성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마네킹에게 뒤집어 씌우고 의인화하며 나름대로의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에선 다소 변태성향의 정신병리 현상을 엿볼 수도 있다.


그는 자주 환영을 본다. 타인의 모습에서 자신이 흠모하던, 혹은 자신이 증오하던 인물의 얼굴과 오버랩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의 하반신이 마네킹처럼 변하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인간이 物化되는 모습을 연상하는 건 다소 심각한 착란증세다. 한두 알의 약으로도 치유가 안 되는 수준이다.

 

 


남자의 연쇄적인 범행 현장은 반복되었다. 그리고 남겨진 건 복수심이나 증오심 따위가 아니었다. 허탈함 뿐이었다. 비록 결말은 환영으로 끝나버리지만 이 모든 게 꿈이 아닌 이상, 자신을 여느 어린아이들처럼 키워주지 못했다는 데 대한 반발심, 그리고 그런 엄마조차 그리워할 수 없게 되었다는 서글픔, 집착으로 끝나버린 처음 사랑에 대한 자괴감등등으로 뭉뚱그려진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화면을 구성하다 보니 마치 카메라를 들고 타인을 찍어내는 효과를 보여준다. 간혹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외부로부터의 타격을 받으면 카메라가 같이 쓰러지는 등, 관객이 프랭크의 눈이 되는 것 같다. 극심한 폐소공포가 느껴질 정도다. 그의 작업실을 가득 메운 마네킹들의 조각들이 사람의 그것처럼 보이고,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은 왜 이 영화를 슬프면서도 지독한 스릴러라고 하는지 알게 해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매니악 : 슬픈 살인의 기록 (2013)

Maniac 
6.8
감독
프랭크 칼폰
출연
일라이저 우드, 노라 아르네제데, 아메리카 올리보, 메건 더피, 잰 브로버그
정보
공포, 스릴러 | 미국 | 85 분 | 201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