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론 레인저 - 우리는 지금 서부로 간다

효준선생 2013. 7. 2. 09:00

 

 

 

 

 

  한 줄 소감 : 미국 근대사와 슬픈 인디안 역사에 대해 한 수 배울 수 있는 시간

 

 

 

 

19세기 중반 이른바 골드러시는 미국의 영토를 넓히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서부개척시대는 몇몇 개인들에겐 부의 축적을, 나라에겐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아우르는 힘의 논리를 부여했다. 만약 미국이 지금과 같은 강역이 아닌 처음처럼 대서양 일대만으로 포함하는 작은(?) 강역을 보유했다면 지금처럼 큰 소리치는 나라로 존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금을 찾아 나섰다가 제 목숨도 건사하지 못한 그들에게 감사의 절이라도 해야 할지 모른다.

 

 


영화 론 레인저는 바로 그 시절, 그 사람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시계를 앞으로 돌려 1933년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전시관을 찾은 소년과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인디언 모형과의 대화를 통해 복기된다. 그 인디언 모형은 곧바로 사람으로 치환되며 그가 바로 전설의 톤토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론 레인저라고 불리는 존이라는 인물이지만 활약상이나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기 위해 톤토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가 없었다면 존은 지방검사나 하고 있었을 인물이다. 영화 중반부 순진했던 소년 톤토는 백인들의 농간에 휘말려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게 되고 그 이후, 망령(?)을 잡겠다는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화신이 된다.

 

 


존 역시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다. 보안관인 형과 악당 무리를 쫒다 먼저 저 세상을 보내고 혼자만 겨우 살아남게 되고 그 이후 톤토의 도움을 받아가며 자신의 역할은 나라의 녹을 먹는 일개 지방검사가 아닌 정의를 구현하는 말 그대로 레인저가 된다는 설정이다.


이렇게 보면 존과 톤토는 듀드, 즉 버디무비처럼 보이는데 각자가 복수심에 불타는 건 사실이지만 온도차가 있다. 그런 이유로 악당을 바로 처치하지 못한 채 망설이다 도로 함정에 빠지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더 큰 악의 무리와 조우하게 된다.

 

 


서부 개척 시대를 상징하는 철도건설은 이 영화에선 탐욕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철도회사 사장과 정부관리들은 자신의 이익만으로 위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숙적을 제거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철도를 통해 은광에서 캐낸 은을 실어나르는데 분주하다. 당연히 존과 톤토와 맞부딪치게 되는 형국이다. 이들은 분주하게 싸우고 겨우 살아남고, 파괴하고 도망친다. 볼거리에 치중하며 파괴미학을 선보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탐욕에 치우친 당시 몇몇 인물들에게 징벌적 처단을 하게 된다.

 

 


의미가 있었던 건, 철도 건설에 투입된 많은 인물들이 중국인 쿠리들이었다. 한자로 고력(苦力)이라고 불리던 인부들은 역시 돈벌이를 위해 이곳에 뛰어들었고, 노동력이 부족했던 이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서부개척은 늦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나타난 바처럼 이들에 대한 처우는 형편없었고 심지어 목숨마저도 보장받지 못했다. 이 점은 백인들이 몰려가기 전 그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안들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톤토 역시 인디안 출신이고 후반부 인디안들의 항거장면이 나오는데 그들은 백인들의 주장하는 발전이라는 의미에 코웃음을 칠 뿐 아니라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마치 살아있는 화석 신세로 전락한 그들, 심지어 전시관의 모형인형처럼 보인 그들의 신산한 삶을 톤토는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 영화에서 톤토 역할을 맡은 조니 뎁과 아미 해머의 연기 조합은 좋았다. 특히 자신이 백인이면서도 분장을 통해 진지한 인디안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한 조니 뎁의 모습은 일종의 투혼처럼 느껴졌다. 그의 과거, 그리고 존이 톤토에 의해 키모사베로 불리는 이유, 존이 왜 눈가리개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지에 대해서도 알고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러닝타임이 상당히 길지만 후반부 화끈한 열차액션을 즐기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론 레인저 (2013)

The Lone Ranger 
8.6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조니 뎁, 아미 해머, 헬레나 본햄 카터, 루스 윌슨, 톰 윌킨슨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49 분 | 201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