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감시자들 - 눈이 아닌 심장으로 추격하다

효준선생 2013. 7. 3. 09:00

 

 

 

 

 

   한 줄 소감 :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근면성실한 영화

 

 

 

 

 

독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있다. 남들은 부주의하게 흘려보냈을 장면들도 예리한 눈초리로 잡아내는 걸 보면 그런 능력은 천부적인게 아닐까 싶다. 하기사 오감 중에서도 특정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눈은 나쁘지만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은 조향사로, 혀끝이 예민한 사람은 식음료 감별사로, 귀가 밝은 사람은 피아노 조율사나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걸 보면 분명 재능은 한 두 가지씩은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영화 감시자들의 주인공들, 경찰 하부조직에 있는 감시과 직원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흔히 경찰이나 형사와는 다른, 범죄 용의자와 가급적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의 존재와 동선만을 파악해서 일선 조직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분장.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기에 신선한 소재임에 분명하다.


이야기는 경찰대 출신 신참 직원 선발 과정을 그리면서 시작한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녀가 본 것, 인지한 것들을 풀어내는 걸 보여주는데, 과연 저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앞으로의 그녀의 활약에 기대도 걸게 만드는 기능을 했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동선에 마치 장난처럼 끼어든 한 인물, 그리고 그 사람이 연루되어 있는 범죄 조직의 이야기가 이 영화를 본격적으로 워밍업시킨다.

 

 

 

 

 

이 영화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소위 “타겟”이라고 불리며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부하들을 조종하며 범죄행각을 일삼는 그들, 7인조 강도단이지만 물론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은행과 증권거래서 등에서 사건이 터지지만 막상 형사가 나서는 게 아니라 이들 감시과 직원이 총출동한다.


이 영화의 재미는 바로 이 점이다. 기존의 형사 스릴러 물은 스테레온 타입화가 된 형사들의 무리들, 예를 들어 성격이 괴팍하거나, 건들거리나 혹은 싸가지가 없거나, 그것도 아니면 범죄 조직과 끈이 닿아있는, 그들의 수사라는 건 허탕의 연속, 벼락치듯 떠오르는 단서의 해결, 그리고 우격다직의 추격전과 검거. 이런 수순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런 기시감이 잔뜩 들어간 장면들이 대거 배제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감시과 직원들은 팀장의 입에서도 언급된 바처럼 사격연습을 거의 받은 적도 없고, 그렇다고 육박전으로 상대를 제압할 무술 유단자도 아닌 듯 싶었다. 그저 남들보다 눈썰미 좋고, 부지런하고 잠복도 해내야 하는 수준의 그들이었기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윗선에서 알아서 통제된 것이다.


서울 시내에 무수하게 깔려있는 폐쇄회로, 몇 발자국만 이동해도 동선이 다 들어나는 공간에서 숨이나 쉴 수 있을까 싶은데, 그건 감시과 직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거기에 도청과 위치추적등 현실에서는 불법적 행위가 범인을 뒤쫒는데 적절하게 사용되면서 알게 모르게 쾌감을 주었다. 언제 그런 장면을 볼 수 있겠는가.

 

 

 

 

이 영화의 범인과 그 조무래기들의 인간적 고뇌는 비교적 덜 그려져 있다. 하지만 타겟의 능력은 비범한 수준을 넘어서 그와 일대일로 붙으면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을 유발했다. 큰 덩치에 이글거리는 눈빛, 흉기로 순식간에 상대를 골로 보낼 수 있는 능력, 영화 중반부에 하나의 시퀀스를 통해 쉽게 잡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님을 보여주었기에, 이런 공포는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은행금고를 털고, 증권거래소의 정보를 바꿔치기 하는 등 민감한 사회문제를 건들인 측면도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과거 어떤 사연을 잔뜩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행각이 화려하다기 보다 진중해서 착 가라앉는 액션과 맞물려 시종일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마치 도상훈련을 하는 군인이나, 장기판위에서 열심히 말을 놓아야 이길 수 있는 게임처럼 이 영화도 부지런히 이동하고 한 데 붙고, 나름대로의 결말을 내린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 관찰하는 게 좋다”고 했던 영화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말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감시받고 사는 게 아닐까 싶었다. 서울 곳곳을 누비며 도망을 치고 쫒는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서울에선 정말 나쁜 짓하고는 못 살 동네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통제사회라고 해도 무방할텐데, 극장에서 영화 감시자들을 보면서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극장 안에도 영화를 뚫어지게 보는 날 지켜보는 카메라가 있는 건 아니겠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감시자들 (2013)

Cold Eyes 
9
감독
조의석, 김병서
출연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진경, 준호
정보
범죄, 액션 | 한국 | 119 분 | 201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