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섹슈얼 컴펄전 - 사랑이 목마른 그녀들, 요리를 한다

효준선생 2013. 7. 1. 20:00

 

 

 

 

 

  한 줄 소감 : 한국 영화의 본격적인 리메이크 작품, 섹시하면서도 살벌하다.

 

 

 

 

 

마전 타계한 故 박철수 감독의 301,302를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한 영화 섹슈얼 컴펄전은 마치 연극과 같은 무대에서 진행되었다. 아파트 301호와 302호 말고도 나오는 배경도 거의 없고, 이 두 집을 오고 가며 두 여배우들이 펼치는 묘한 갈등과 엽기적 화해의 구조가 독특했다. 

 

 


사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극도의 심리전개가 극 흐름을 완성하는 주요한 매개로 작용한다. 301호의 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요리쇼를 런칭하기 위해 아무도 없는 빈 자기집을 스튜디오 삼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상천외한 요리들을 만들어내고 그걸 바로보며 흐뭇해 한다. 하지만 302호 여자는 반대로 극심한 거식증에 걸려 그녀가 입에 대는 건 담배말고는 없다. 이렇게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두 집의 정 반대 상황에서 오는 대비가 이 영화의 핵심적 분위기다.

 

 


거기에 대비되는 건 또 하나 있다. 301호는 총천연색에 가까울 정도로 알록달록한 색감을 마음껏 사용하고 302호는 진회색과 갈색의 무채색으로 치장해 마치 그녀의 마음도 이럴 것이다라는 걸 대표하고 있다.


그녀들의 대비는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걸까? 이 영화의 시작은 어느 형사가 301호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302호 여자가 사라졌는데 혹시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는 물음이 그것이다. 하지만 301호 여자는 여전히 음식만들기에 몰두하며 형사에게 알쏭달쏭한 말만 늘어놓고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대체 이 두 여자 사이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고, 302호 여자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301호 여자에겐 남자가 있다. 돈도 잘 벌어다 주고 잘 생겼다. 하지만 자신을 마치 테이스터 정도로 여기는 여자에게 점점 싫증이 났다. 자신이 기르던, 어쩌면 여자보다 더 애지중지하던 앵무새가 자신의 식탁위에 식재료로 오르던 날 그들은 갈라섰다. 302호 여자에게 남자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의붓아버지(사실은 촉망받던 연예인이었던 딸이 곤경에 처했음에도 못 본 척한 그녀의 엄마의 남자)의 그림자다. 그로 인해 거식증에 걸리고 그걸 극복하지 못한 채 은둔의 세월만으로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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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의 만남은 한 사람에게는 위로가 다른 한 사람에겐 치유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분위기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처음에 의도했던 서로에 대한 이해가 급기야는 일탈처럼 뒤집어 지면서, 영화의 결말은 뜻밖의 공포로 둔갑하고 만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거라고 의심하지 않았을 두 여자에게 식욕이란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먹는 건지라는 화두로 논쟁이 되어 왔다면 이 영화는 그보다 더 큰 이야기를 남긴다. 결핍의 정서를 메우기 위해 상대방의 그것마저도 섭생하려 든다면, 그 완전체는 과연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한국에서 301, 302가 개봉했던 때가 1990년대 중반이다. 이 그로테스크한 문제작은 너무 일찍 세상에 태어났다. 특이한 제목과 함께 그 이후 감독 박철수를 대표하는 영화로 자리했고, 그는 남들과는 다른 사고의 영화를 종종 만들었다. 그런 흐름이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고 봤는데, 그는 세상을 떠났고 서양배우들에 의해 다소 이질적인 질감의 영화로 볼 수 있다니 그것도 진기한 일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섹슈얼 컴펄전 (2013)

compulsion 
10
감독
에히디오 코치미글리오
출연
헤더 그레이엄, 캐리 앤 모스, 조 만테냐, 케빈 딜런
정보
미스터리, 드라마 | 캐나다 | 89 분 | 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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