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 사랑이 고팠던 아티스트에게...

효준선생 2013. 7. 1. 09:00

 

 

 

 

 

  한 줄 소감 : 사랑을 잃어버린 예술가에겐 더 진한 음률이 흘러나온다

 

 

 

자가 자살을 하게 된 이유부터 밝히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는 첫사랑을 평생 마음에 담아두고 살았다. 열심히 바이올린을 켜며 세상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려 애를 썼던 이유도, 마음에 없는 결혼 생활도 그에겐 첫사랑과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이 숨쉬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가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그저 침대에 누운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를. 한남자의 순애보는 알싸하다.

 

 


영화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은 영화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야 말고 그걸 반증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사용했다. 음악과 미술등 기존의 것을 제외하고도 뮤지컬, 그리고 삽화와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마치 주인공이 예술가라면, 이 영화도 예술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까지 집어 넣은 것 같다. 훌륭했다.

 

 


이 영화의 압권은 엔딩까지 마지막 15분 남짓의 파노라마였다. 대사가 아닌 끊겨진 화면만으로도 주인공 남자가 평생을 걸고 간직해온 첫사랑의 심정을 깔끔하게 내보였다. 말도 필요없을 정도였다. 거기에 비하면 이 남자가 죽기를 각오하고 보낸 일주일의 이야기는 사족처럼 보였다. 그런데 왜 이 남자는 그토록 여러 날을 죽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보낸 걸까

 

 


남자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아내가 박살내버린 바이올린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자신의 실력을 끝내 인정해준 스승이 물려준 바이올린을 집어내던진 아내, 남자는 진즉, 그녀에겐 손톱만큼도 애정이 없었다. 아이들이 있지만 데면데면했다. 마치 남의 아이들을 데려다 키운 것처럼. 멀리 가서 더 좋은 바이올린을 사오지만, 한 번 켜보고는 이내 내려놓았다. 단지 악기만의 문제가 아닌 듯 싶었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그는 자신의 폐부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이야기를 결코 꺼내지 않았다. 아내와의 결혼, 어린 시절 동생과의 편애, 어머니의 죽음, 아이들의 미래, 스승으로부터 들었던 교훈등, 일주일이란 시간 그리고 한 여인과의 조우등 그가 정리하고 싶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를 할때는 마치 연극이나 애니매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효과를 주었고,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처럼 여겨졌다.

 

 


이 영화의 진면목은 역시 골동품 상점 주인의 딸과 우연히 만난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였다. 별 볼일 없는 음악청년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었고,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그러자 그의 음악엔 비로서 삶의 관조가 얹혀졌고 스승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진정성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우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세월은 흘렀고, 그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조금도 변한 게 없었던 모양이다. 최소한 첫사랑에 관한한.

 

 


그는 그가 의도한 대로 죽음을 선택했고, 신은 윤허했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됨에 애도했지만 그의 예술은 영원할 것이다. 아니 그를 가슴 속에 묻은 한 여자의 뒷모습이 그토록 애절하게 보일 수 없었다. 사랑은 예술을 승화시켰고, 예술은 인생을 관통하고 말았다. 이 영화는 예술을 통해, 인생은 사랑을 담보로 한다는 걸 말해주는 프랑스 영화의 전형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2013)

Chicken with Plums 
7.7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 뱅상 파로노
출연
마티유 아말릭,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 이사벨라 로셀리니, 에두아르 바에르, 골쉬프테 파라하니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독일, 벨기에 | 91 분 |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