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코스모폴리스 - 캐피털리즘, 하루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다

효준선생 2013. 6. 29. 09:00

 

 

 

 

 

  한 줄 소감 : 온탕과 냉탕을 가로지르며 자본주의의 허상을 깨버리다.

 

 

 

 

 

무리 자본주의가 제 능력에 맞게 경제력을 챙기는 시스템이라고 해도 돈 놓고 돈 먹기,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정보력의 비상식적인 편중 등은 자본주의 속성이 가지고 있는 “약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금융은 이런 약탈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비생산적이며,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 영화 코스모폴리스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예언한 걸출한 메시아적 가르침이었다.

 

 


이 영화는 환상적이다. “멋지다”라는 의미말고 실재하지 않는 피사체가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전형적인 졸부 스타일의 에릭은 어린 나이에도 불과하고 대통령마저도 무시하지 못하는 애널리스트이자 전략적 투자가다. 그의 사무실은 번듯한 마천루의 펜트하우스가 아닌 개조된 롤스로이스 리무진이다. 전장 7m라고 자랑하는 그곳은 에릭의 하루가 소모되는 곳이다. 자동차 안에서 뭘 할 수 있냐고 하겠지만 그는 그곳에서 각종 전문가를 불러다 놓고 투자를 결정하고 자문을 경청한다.

 

 


그 뿐이 아니다. 그는 스타일리스트와는 성행위를 하고 심지어 차 안에서 용변을 보기도 한다. 또 주치의를 불러다 건강검진을 받기도 한다. 도대체 이 영화는 에릭과 거대한 리무진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리무진은 뉴욕 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를 배회한다. 목적지도 마땅치 않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높은 건물이 대충 그곳임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세상 밖의 일들은 경호원을 통해 듣거나 차 안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듣는다. 한 편에 설치된 주식 시황표의 그래프가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 남자, 난다긴다하는 투자가가 맞나싶다.

 

 


그의 사생활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말로만 아주 큰 집을 가지고 있고 교회를 사서 혼자 그림 감상을 하고 싶다고 한다. 물론 그의 집은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인과는 차 안이 아닌 식당과 도서관에서 만난다. 하지만 그에게 아름다운 아내란 그저 성적 유희의 대상일 뿐이다. 자기 일에 몰두하는 아내는 에릭의 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것처럼 보이는 리무진 차 안으로 들이지 않는 아내와는 부부로서의 삶은 없다고 보인다.

 

 


이 영화는 재욕(財慾)과 염정(艶情)에 매몰된 젊은 투자가를 통해 미국이 그토록 신봉하는 경제체제를 비꼬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일개미처럼 일을 하는 사람들의 허탈감을 순간적인 폭력을 통해 대신 보여주고 있다. 리무진이 지나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다. 물론 그들은 실패한 경제정책과 월가의 탐욕에 대한 항거다. 리무진 역시 페인트 공격을 받았지만 그 안의 에릭은 바깥의 긴박함과는 다르게 태연하게 경제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듣고 있다.


리무진 안이 마치 고요한 동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처리했다. 시위대들이 난리를 쳐도, 지나가는 차량들이 클락션을 울려도 차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방음시설이 좋아도 그럴 수 있을까? 완전 다른 세상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가진 돈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에릭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오늘 그가 투자한 중국 환헷지가 완전 망했기 때문이다. 중국 위옌화 가치가 떨어질 줄 알았던(이것은 미국의 달러가 오를 것으로 예측한, 미국 경제의 활황을 점친) 그는 엄청난 돈을 집어 넣었고, 실패로 돌아갔다. 아마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공황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는 이 때문인지 뒤로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이발소에 가서는 한 쪽 머리만 밀고, 시위꾼에게 케익 공격을 받자 이내 경호원을 총으로 쏴버리고, 심지어 자기 때문에 쫄딱 망했다는 옛 부하직원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손에다 총질을 한다. 이것들은 별거 아닌 것 같아보여도 모두 의미가 있는 행동들이다.

 

 

 

 

에릭은 한 마디로 옆도 바라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린 경주마이자 약탈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그가 부렸던 부하직원에 의해 죽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체제는 무엇인가? 언제까지 마이너스가 플러스를 공격하는 세상에서 불안해하며 살 것인가? 이 영화를 의미심장한 경제 영화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코스모폴리스 (2013)

Cosmopolis 
7.1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로버트 패틴슨, 줄리엣 비노쉬, 폴 지아마티, 사라 가돈, 마티유 아말릭
정보
드라마 | 캐나다,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 109 분 | 201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