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적극적 안락사(이른바 존엄사)에 대한 애틋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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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라는 말을 들으며 결혼을 하고 나서는 이젠 제 사람이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연애할 때와는 좀 다른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네덜란드의 남자와 여자는 번듯한 광고회사의 오너 부부지만 남자의 바람기는 여간해서는 잠재울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속병이라도 들었지만 자꾸 가슴이 아프다. 마음이 아닌 수유기관으로서의 가슴.
영화 카르페 디엠은 흔히 볼 수 없는 네덜란드 영화인데, 이 영화가 네덜란드 영화라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안락사와 관련된 사실로, 지구상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만약 안락사 장면들이 한국 영화에서 등장했다면 그 자체가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 영화가 안락사를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그들의 시선과 입장을 반영한 것이기에 이 영화를 통해 안락사의 법적 근거를 따질 필요는 없다. 대신 이 영화는 사랑해서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둔 부부에게 사랑을 지키려는 의지가 결혼할 당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에게 의지하고 살겠느냐는 약속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지를 말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남편에게 여자와의 하룻밤은 스트레스 해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골치가 아프면 클럽에 가서 신나게 춤도 추고 거기서 만난 여자와 잘 수도 있다는 마인드의 소유자다. 물론 아내라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즉흥적인 삶인 것 같아 보인다.
이들 부부에겐 얼마만큼의 사랑이 저장되어 있었을까? 아내가 투병 중임에도 남자는 차를 몰고나가 다른 여자와 미친 듯 정사를 나누고, 그걸 희열처럼 받아 들인다. 가슴 하나를 절제한 것도 모자라 이제 생명마저 담보할 수 없는 아내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남자. 욕을 먹어도 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선택을 한다. 비록 오랫동안 부부의 연을 이어가지는 못할 인연이었지만 죽는 순간까지는 곁에 있어주자는.
병석의 아내가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의 아내였음에 감사한다” 고. 영화 속에서 보인 그들의 행복한 순간은 별로 많지 않았다. 연애시절, 결혼 초, 그리고 어느 휴양지에서의 시간들. 그들 입에선 카르페 디엠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왔지만 과연 그들은 그 단어가 갖는 의미를 만끽했을까?
이 영화는 어느 부부의 짧고도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며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애잔함을 말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누가 되었든 설사 부부가 아닌 혼자 사는 인생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당신의 삶은 행복한 지 묻고 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안락사 장면은 좀 놀라웠다. 그곳에선 저런 방식으로 적극적인 안락사(존엄사)를 진행하는 구나 싶기도 했고, 환자 스스로가 죽음을 선택한다는 사실에 저럴 수도 있을까 수긍이 되지 않았다. 좀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어쩌면 존엄사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 그대로 더 이상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은 자괴감의 발로인 것 같기도 하다.
죽음을 다룬 여러 영화 중에 이 영화는 매우 이색적인 선택을 했다. 그걸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따질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도 결국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겠구나 싶어 우울해졌고, 만약 자신이 저런 경우에 처한다면,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을까 하고 자문을 해보게 되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카르페 디엠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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