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웹툰 : 예고 살인 - 무서울 정도로 잘짜인 이야기들의 뭉치

효준선생 2013. 6. 27. 09:00

 

 

 

 

 

   한 줄 소감 : 가공할 상상력이 공포심을 압도한다

 

 

 

 

 

중파 방송 채널 사이 사이에 들어가 있는 유선 채널의 홈쇼핑 광고를 보다보면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이 가격에 이 구성, 여러분을 만족시킬겁니다.” 이 문장에서 구성이라는 단어다. 회화체에서 그리 많이 쓰이지 않지만 유독 판촉행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에 딱 어울리는 영화가 등장했다.

 

 


영화 더 웹툰 : 예고 살인이다. 요즘에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웹툰 만화를 원작으로 각색된 영화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인기 작가 강풀의 그것들과 최근 흥행하고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들 수 있다. 오리지널 극본의 부재와 영화적 아이디어를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장점과 원 소스 멀티유즈라는 시대적 소비요구에 걸맞는 트렌드이긴 한데,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이른바 “배경”이 웹툰인 전대미문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구성이다. 옴니버스 구조가 아님에도 크게 4가지 이야기가 마치 한 덩어리처럼 뭉쳐있고, 각각의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어,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도움을 받고 있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필수인 호러물이나 스릴러물의 특성상 이 영화의 장르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고어나 슬래셔, 혹은 심령 호러물과는 많이 다른 수사 스릴러의 요소를 담고 있다. 죽어나가는 자들은 속속 나타나고 추적하는 형사들의 움직임도 바지런하건만 이 영화는 범인색출엔 별로 관심이 없다. 이 영화가 쉬지 않고 따라다는 건 바로 여류 인기 웹툰 작가의 뒷 꽁무니다.


글을 쓰며 산다는 건 고역이다. 몸뚱아리를 움직여 호구지책으로 삼는 경우라면 머리를 비우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면 그만이건만 두뇌의 세포를 최대한 긴장시킨 채 감성과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들을 추출해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작업은 그들의 말대로 피를 말리는 행위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그런 생활을 반복한다. 걸출한 데뷔작으로 대중의 관심은 끌었지만 후속작으로 내지 못한 채 심리적 위축 상태에 빠져있다. 그런 상황에선 국면 탈피 용으로 표절이라는 선택도 있을 수 있고, 이 영화에서처럼 과거의 완벽한 재현, 그리고 현실에서의 불가사의한 반영이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물을 도모할 수도 있겠다. 어떤 선택이 되었든, 이 영화는 시각적 충격과 곁들여 인간의 탐욕과 행위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를 잘 설파하고 있다.

 

 


온라인 포털 웹툰 팀장의 죽음, 장의사의 죽음, 그리고 두 소녀의 죽음이 마치 별개인 듯 하면서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여 있고, 그 사건의 중심엔 한 “사람”이 우뚝 서있다는 설정은 공포스럽다기 보다 상상력의 극대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감응을 하게 될지 말해주고 있다. 피가 난무하고 귀신이 등장하고 싸움질을 하고 빙의가 된 채 마치 강시처럼 돌아다닌다고 해서 다 무서운 게 아니다.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정황을 마치 그럴 듯 하게 펼쳐 보이는 것이 더 무섭다.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군지 보다, 왜 그런 행위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범죄행각이 마치 나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여겨지지 않게 만드는 힘, 그리고 웹툰이라는 시각적 효과를 매우 충실하게 스크린에 반영한 연출과 스탭의 노고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콜을 받아왔던 이시영의 낮은 톤의 목소리와 다소 지쳐보이는 커다란 눈동자가 호러 퀸으로도 제법이라는 느낌을 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웹툰: 예고살인 (2013)

Killer Toon 
8.5
감독
김용균
출연
이시영, 엄기준, 현우, 문가영, 권해효
정보
공포, 스릴러 | 한국 | 104 분 | 201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