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꼭두각시 - 최면을 사적으로 써도 되나요?

효준선생 2013. 6. 26. 09:00

 

 

 

 

 

  한 줄 소감 : 이인성 정신병리에 대한 피상적 접근과 남성중심의 성욕분출이 기묘하게 결합하다

 

 

 

 

 

나의 육체 안에는 하나의 정신이 존재해야 맞지만, 개중에는 여러 개의 자아가 육신을 통제하면서 마치 자신의 행동을 타인의 그것처럼 인식하다는 해리성 인격장애가 영화 꼭두각시 인형의 여주인공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다. 극 중에선 트라우마와 망상까지 혼재되어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꽤나 흥미로운 설정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여자는 정상적인 생활에서도 귀신을 보거나 불안해했고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누군가를 살해했고, 그 사실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적 질환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녀는 현실 공간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감옥에 가든지, 혹은 정신병원에 들어가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며 사는, 일반인이었다.


꼭두각시 인형의 모습은 얼핏보면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죽은 물체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인형의 사지에 연결된 피아노줄을 움직이는 인형사의 역할인데, 그녀 스스로가 이 줄을 당겼다 풀었다 하며 인형의 움직임에 자신의 심정을 담아내는 장면은 상당히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퍼보였다. 이 장면 때문에 이 영화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만다. 자신의 정신병리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자친구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에게 조언과 처치를 의뢰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건 최면에 걸린 채 허우적거리는, 또 하나의 개체의 몸동작뿐이었다. 최면은 정신과 의사가 가진 거의 유일한 처치술로 등장하는데 그 반복되는 과정을 보노라니 좀더 창의적인 장면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나 싶다. 최면에 걸린 여자는 마치 오르가즘에 걸린 시늉을 하는 침대위의 요부의 모습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가진 트라우마가 도대체 과거의 어떤 일 때문에 생긴 건지 확실하지 않지만 예전 사귀던 남자의 배신 정도 이해를 해도 오로지 같은 모습만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었을까

 

 


의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를 임상했을텐데 최면에 걸린 채 백태가 낀 눈동자를 희번득거리며 마스터베이션에 가까운 몸동작을 취하는 걸 보면서 그걸 이성으로 여길 수 있는 걸까 결국 이 영화는 정신병에 걸린 한 여자와 그녀를 환자가 아닌 자신의 성적 욕구의 해소책 정도로 여긴 어느 의사의 변태적 성애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느낀 데는 영화 전반부에 마스터베이션에 몰두하는 모습을 비롯해 유난히 노골적인 노출장면을 많이 보여주며 마치 외로움의 화신이라도 된 양 구는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그녀가 아닌 자신의 수업을 듣는 여학생의 구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이미 성적 매력을 잃어버린 “옛” 그녀를 찾을 필요가 없는 걸로 처리해버렸다.

 

 


정신 병리학적 기제를 넣어가며 마치 고도의 심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척 하지만 결국은 한 남자의, 여성에 대한 이른바 애완성애의 표출로 볼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남녀 배우의 여러 차례 노출장면과 성애장면이 반복되지만 그들의 사랑이 진정성이 없듯, 스크린에 보여지는 부분에서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릇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영화가 최종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이 영화의 마지막 승자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그녀가 영화 진행과정 내내 애처롭게 제기했던 문제는 과연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애초부터 뭐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는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탐닉적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한바탕 질펀함만 남기고는 끝이 난 셈이다. 귀신은 이제 어디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걸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꼭두각시 (2013)

8.1
감독
권영락
출연
이종수, 구지성, 원기준, 한소영
정보
공포, 스릴러 | 한국 | 85 분 |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