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 더 하우스 - 타인의 삶을 윤색하고 훔쳐보는 재미

효준선생 2013. 6. 25. 11:00

 

 

 

 

 

  한 줄 소감 : 예상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설정, 과장되지 않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년 클로드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의 문재를 알아본 작문 교사의 안목도 높이 평가해야 하겠지만 타인의 사람을 정확하게 엿보고 기술할 수 있는 능력은 타고 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대체 실존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


프랑수와 오종의 신작 인 더 하우스는 무척 관능적이고, 무척 영리하다. 일반적인 영화 문법을 따르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간섭”을 통해 보여지는 것들이 흔히 말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우선 작문 교사 제르망의 오늘을 보자.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소설책을 낸 경험이 있고 늘 새로운 글에 대한 갈망을 갖고 사는 초로의 남성이다. 더 이상 세상의 이목을 끌만한 소재의 글을 내기란 여간 벅차지 않다. 대신 제자들의 글을 첨삭 지도해는 주는 걸로 대리만족을 하지만 그 역시 성에 차지 않는다. 하지만 클로드의 글을 읽는 순간 그의 동공은 마치 자신의 약관의 시절을 찾은 것 같이 빛이 났다.

 

 


교복을 입히고 획일화를 통해 학교의 명예를 유지코자 하는 교장, 다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 속에서 클로드의 글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제르망이 그의 글에 끌린 이유는 간단하다. 글을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글의 구성때문이다. 그의 글은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말로 마치 연속극의 한 편을 맛보게 하고는 다음 시간까지 안달나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제르망과 그의 부인 쟝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제르망이 클로드에게 첨삭지도를 이유로 보다 강한 톤의 글을 쓰게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글을 읽어가며 마치 가려운 곳을 긁힌 쾌감을 느끼는 순간 피사체가 된 클로드의 친구 집엔 묘한 기운이 맴돌았다.

 

 


클로드는 같은 반 친구인 라팔의 가족에 희망과 부러움과 더불어 파괴해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 라팔의 집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다. 친구같은 아빠와 미모의 우아한 엄마, 그리고 깔끔하게 갖춰진 집. 더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클로드는 자신의 글을 통해 라팔의 집과 가족 구성원의 아주 작은 빈틈을 파고 들었고, 균열이 일어날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영화 인 더 하우스는 묘한 이질감을 생성한다. 클로드의 표현, 그는 유독 형용사 활용에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다. 친구의 엄마에게 연정 비슷한 걸 감추지 않았으며, 그 사이에서 불현듯 제르망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치 각색자 앞에 원작자의 개입처럼 보였고, 이런 생경함은 라팔의 집만이 아닌 제르망과 쟝의 집안까지 엄습하면서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된다.

 

 


이 영화는 重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르망에 의해 강요되다 시피 쓰여진 클로드의 소설같은 소설이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다면 다른 하나는 클로드라는 캐릭터의 존재 유무가 사회적 메시지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 대부분이 전자의 것이라면 후자는 클로드의 출신이다. 라팔의 부모는 여러차례 등장하지만 클로드는 그렇지 않다. 그는 빈한한 가정에서 성장했고 그의 부모는 그를 부양하지 못하는 처지다. 그의 눈에 완전체로 보였을 라팔의 가정, 그리고 제르망 부부, 클로드는 겉으로 보기엔 남들이 다 부러워 할만한 그 대상들을 향해 마치 송곳처럼 날카롭지만 틈입(闖入)을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유려하게 파고든다.     

 

 


때로는 에로틱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그리고 때로는 발칙하게, 16살 소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그의 필력은 어쩌면 제르망의 소원이 형상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후반부 자신의 실책으로 직업도 아내도 잃고 거리의 부랑자처럼 앉아 있던 제르망 곁에 클로드가 다가온다. 특유의 시니컬한 눈빛으로 그에게 말한다. 아니 그와 이야기를 만담처럼 주고받는다. 마치 한 사람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거리가 존재한다. 그걸 대중에게 내보이고 반응을 얻기 위한 노력은 결코 혼자만의 상상력만으로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이 영화는 후안 마요르가의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감독인 프랑수아 오종은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글쟁이들의 공감을 실어 만든 것처럼 보인다. 글이 풀리지 않을 때 지니를 불러내고 싶은 것처럼, 클로드를 문인들의 지니로 여기는 건 아닐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인 더 하우스 (2013)

In the House 
8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패브리스 루치니,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에른스트 움아우에, 엠마누엘 자이그너, 데니스 메노체트
정보
스릴러 | 프랑스 | 105 분 | 201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