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봇G - 기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미

효준선생 2013. 6. 24. 09:00

 

 

 

 

 

 

 

 

 

  한 줄 소감 : 재미와 감동을 부담스럽지 않게 엮어낸 야구치 시노부 표 코믹소동극

 

 

 

 

 

 

퇴한 지 꽤 되어 보이는 노인, 손자 손녀가 보고 싶지만 애들은 할아버지한테 냄새가 난다며 피하기만 하고 노인정에 가보지만 거기서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어느새 홀쭉해진 지갑만 들여다보며 어디 소일거리라도 없나 알바모집 전단지를 뒤적거린다.

 

 


일본 영화 로봇G는 많이 가진 것 없는 다소 어수룩한 인물들의 좌충우돌 성공기를 코믹하면서도 보고나면 짠하게 만드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최근작이다. 워터보이즈, 스윙걸즈 그리고 해피 플라이트등 일단 그의 영화를 보았던 적이 있다면 이 영화의 장르를 알아 맞추는 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생활 코미디다. 특정 직업군에 속하는 다수의 인물들과 거기에 연관이 되어 있는 좁은 범위의 공동체구성원들 사이의 이야기들. 공감이 잘되는 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철 덩어리처럼 보이는 로봇 뉴 시오카제지만 그 로봇은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로 원격으로 움직이는 진짜가 아니라 사람이 로봇 옷을 입고 행세만 하는 가짜다. 왜 그런 설정이 되었는지는 크게 중요해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2류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기무라 전기, 백색가전업체인 그곳의 사장은 갑자기 로봇을 개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직원 3인은 그제서야 로봇을 만들려고 애를 쓰지만 엉성하게 만들어 놓은 로봇은 사고 박살이 나고 시간에 쫒긴 그들은 가짜 로봇으로 면피만 하려고 한다.

 

 


노인이 로봇 행세를 하는 과정은 이른바 고난이다. 옷을 뒤집어 쓰는 것도 어렵고 대중들 앞에서 진짜 로봇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그에게 진솔한 모습은 순식간에 호응을 얻어내며 로봇계의 기린아를 등장한다.


소위 팬덤이라고 하면 아이돌 댄스가수나 얻을 수 있는 거라 생각되지만 뉴 시오카제는 그야말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로봇산업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뭔가에 쏠리면 거기에 몰두하는 국민성도 엿볼 수 있다. 로봇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열의도 영화에 반영이 되는데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봇에게서 느끼는 금속성의 딱딱함이 아니라 노인과 3인의 직원이 순간적인 어려움을 사기치는 것으로 모면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건 테크놀로지가 아닌 인성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비롯 얼굴을 비롯해 잘 드러나지도 않는 로봇 안의 할아버지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움직여주었다. 그토록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쓸모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이 영화는 느릿하게 걷는 로봇의 주행이 이 노인의 그것과 무척이나 흡사해 보였다. 춤을 추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들도 좀 오래된 엔가풍의 그것들이고, 매끈하다기 보다 어디서 재활용 고철을 주어다 대충 만든 녹슨 로봇, 설마 그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노구를 이끌고 애를 쓰는 노인이 들어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다시 언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건 그저 눈에 보이는 외피만이 아니라고, 보기에 별거 아니지만 예를 들어 아이언 맨의 수트와는 비교도 안 되지만 로봇G의 본 모습은 거기에 못지 않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할아버지라는 의미의 일본어에서 따다 붙인 G, 나이가 들었다고 무시하고 뒷방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사회시스템에서 이들은 다시 제 역할을 찾아내고 있다. 영화 엔딩에서 그를 다시 찾아온 회사 직원들의 모습에서 할아버지는 활짝 웃고 있지 않나. 요즘 위로 많이 받는 스무살 청춘 뿐 아닌 그들의 건투도 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로봇G (2013)

Robo-G 
8
감독
야구치 시노부
출연
믹키 커티스, 요시타카 유리코, 하마다 가쿠, 카와이 마사토시, 카와시마 준야
정보
코미디 | 일본 | 111 분 |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