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월드워Z - 쓰나미 같았던 진격의 좀비떼들

효준선생 2013. 6. 23. 09:00

 

 

 

 

 

  한 줄 소감 : 역시 영화로 만들기엔 너무 방대한 원작이었을까? 인간의 탐욕이...

 

 

 

 

 

비영화를 보면서 의아한 점은 왜 좀비들은 서로에겐 적이 되지 않는 걸까 하는 점이다. 멀쩡한 사람을 향해서는 우사인 볼트 이상의 속력과 효도르 이상의 완력을 구사하면서도 정작 같은 좀비끼리는 강건너 불보듯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사람이 좀비에게 물리면 어떤 과정을 통해 좀비로 되는 걸까? 대개는 물리면서 좀비화되는데, 혈액의 순환에 의한 것이라면 먼저 과다 출혈로 쇼크사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닐까?

 

 


100% 존재하지 않는 좀비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러니하다. 몇 시간 전, 아니 몇 분 전만 해도 우리 이웃, 내 가족이었건만 그 찰나의 순간 사이에서 물어야 하는 대상과 도망치거나 죽여야 하는 괴물로 편가르기를 해야하다니, 동양문화권에선 사람이 죽으면 구천을 떠돌다 저승으로 간다고 했건만, 간혹 홍콩 강시같이 코믹한 크리처도 영화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서양 좀비는 좀 더 다양하게, 좀 더 확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왔다. 비록 영화 속에서뿐이지만.

 

 


영화 월드 워 Z는 바로 이 좀비들의 창궐로 인간 세상의 질서가 흐트러지고, 그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UN조사관을 앞세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좀비 블록버스터다. 좀비의 대거 출현에 좁은 대도시의 이면도로가 아수라장이 되고 그 와중에 가족을 구출하다는 초반 임팩트가 선명했지만 이 영화의 시작은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른바 자연과의 한바탕 전쟁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 영화의 제목, 월드 워는 아직 좀비가 되지 못한 인간과 좀비와의 세계대전이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고도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오만에 빠진 인간에게 자연이 경고장을 던지고 그 대리인으로 좀비를 내세운 것 뿐이다.

 

 


영화에서도 말했지만 이들 좀비가 왜 창궐하게 되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인도, 한국등을 언급하지만 두루뭉술하게 슬쩍 흘려놓을 뿐이다. 이런 팬더믹 영화들의 경우, 그 시작점을 아주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했음을 자세히 설명해 놓지만 이 영화는 왜 사람이 좀비가 되었고, 그 전파과정을 더 부각시켰다.


이렇게 되다보니 오프닝의 푸티지 파운드 장면에서 언급한 여러 사실적 자료 화면들의 의미가 희석되고, 좀비화의 끔찍함만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이 영화를 깊게 생각하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진격의 좀비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스라엘 성벽을 타고 넘는 무수한 수의 좀비들,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좀비떼들을 보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말이 맞다. 마치 거대한 호수에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자연 정화가 되지 않고 호수 전체가 검푸른 잉크 빛을 띄게 된다는 말과 일치한다.

 

 


처음엔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의 아버지를 그렸다가 나중엔 역시 일당뱅의 영웅담으로 전환한다. 일개 조사관이 총기를 다루고, 의사 흉내를 내고, 갑자기 제 몸을 희생하는 열사로 둔갑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이 영화 역시 겉으로는 좀비와 자연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오만과 독선의 후유증을 꼬집는 영화처럼 행세했지만 결국은 한 미국인의 영웅담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 건 매우 게으른 방식의 결론때문이었다. 전 세계가 좀비로 들끓고 있는 마당에 단편적으로 생각해낸 게 아픈 사람은 좀비도 건들지 않는다는 건데, 그게 타당하기나 할까? 일부러 아프려고 보관중인 최악의 바이러스를 제 몸에 주사하는 모습을 보고는, 사스와 신종플루로 고통 받았던 일이 실제로 얼마 전 일인데 저럴 수 있을까 해서 개탄스러웠다.

 

 


좀비도 얼마 전까지는 사람이었으니 관용을 베풀어 덜 죽이자는 주장을 하고, 그 방법으로 죽이는 게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이 영화의 선택은 상상력의 극단이다. 하기사 버튼하나를 눌렀더니 그때까지 맹렬하게 날뛰던 좀비가 일시에 죽었다거나 혹은 하늘에서 비가 내려 좀비들이 사라졌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말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좀비들의 엄청난 달려듬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면서 시원한 공포감을 주었지 않았냐는 걸로 얼버무리기엔 이 영화는 애초부터 너무 크게 판을 벌린 것 같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월드워Z (2013)

World War Z 
7.3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브래드 피트, 미레일리 이노스, 다니엘라 케르테스, 제임스 뱃지 데일, 데이빗 모스
정보
드라마, 스릴러, SF | 미국 | 115 분 |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