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버니 - 누가 그에게 돌멩이를 던지랴

효준선생 2013. 6. 21. 09:00

 

 

 

 

 

  한 줄 소감 : 개그 콘서트의 나쁜 사람이라는 코너가 떠오른다 

 

 

 

 

양만 놓고 보자면 참 별 볼일 없다. 어느 정도만 되도 훈남이라며 체면치레에 가까운 인사를 하지만 그 정도도 못된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그 누구 못지 않은 성실과 꼼꼼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인지 사람들이 그를 싫어하질 않는다. 그걸 인복이라고 한다면 그는 타고난 듯 싶었다.


서른 후반, 아직 미혼에다 장의 보조라는 직업 탓에 그와 거리를 둘 것 같아 보이지만 유난히 나이 좀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그의 인기는 만점이다. 텍사스에 사는 버니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 버니는 코미디언 잭 블랙의 원맨쇼 같은 영화다. 이웃사촌 관계라고 해도 좋을 만큰 좁은 동네에서 살지만 그의 오지랖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처음엔 불편해하고 버거워하던 주민들도 그의 진정성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영화 버니는 독특하게도 인터뷰 형식을 빌어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한 시간 넘게 버니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는데, 만약 버니가 정말 나쁜 짓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 반응이었을까? 이 영화는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그가 왜 사람들로부터 호의적인 평판을 얻고 있는지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 인물에게 정형화되어 있는 판단이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극과 같은 영화다.

 

 


버니는 장의업을 하면서 홀로 남은 독거노인들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의 외로움은 아들과 같은 버니의 관심 덕에 다소 희석될 수 있었으며 사람들은 그런 버니의 모습을 보며 “좋은 사람”이라면 감화를 받은 셈이다. 여기에 대조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각인된 이미지를 가진 마조리 부인을 접목시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만나 마치 외부의 시선으로 보았을때 물과 기름이 섞인 모습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물과 기름이 따로 노는 순간, 어느 것이 물이었고, 어느 것이 기름이었는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풋풋한 드라마에서 맴돌던 이 영화가 졸지에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며 법정 드라마로 점프를 하면서, 이 영화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극화했음을 알게 해준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판단할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끌어와 그 사람에게 대입을 시키며 디스카운트를 한다. 버니의 경우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호의적으로 받아들였고, 마조니 부인의 경우 오히려 희생자임에도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불신하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집착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도 바로 그렇다. 워낙 사람 사귀기도 좋아하고 부침성이 좋은 버니에게 돈 많은 할머니로서는 그의 접근이 나쁠 리 없었다. 사진 속의 둘의 모습은 다정한 모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타인의 집착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사람도 드물다. 몸부림치고 그러던 와중에 큰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사람들은 버니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을 거쳐 점수를 매길 뿐이다. 이 영화가 지속적으로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를 활용하는 이유도 이런데 있다. 

 

 


버니가 과연 어떤 법적 심판을 받게 될지는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에 나름대로 영화적 긴장감을 부여할 뿐이다. 그의 유무죄 판단은 법리적 해석이 아닌 인정적 차원에서 다뤄보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설사 무죄임을 선고 받았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버니 (2013)

Bernie 
9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잭 블랙, 셜리 맥클레인, 매튜 매커너히, 토미 G. 켄드릭, 릭 다이얼
정보
코미디, 범죄, 드라마 | 미국 | 99 분 |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