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 - 옥탑방에서 꽃피는 창작의 열기

효준선생 2013. 6. 22. 09:00

 

 

 

 

 

  한 줄 소감 : 우왕좌왕하는 청춘들에게 권하는 유쾌한 지침서

 

 

 

 

 

 

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 의외로 많지 않다. 겨우 그런 일을 하려고 대학물을 먹었냐, 남들은 지금 잘나간다는 데 넌 뭐냐, 그까짓 일 해서 밥이나 먹고 살겠냐 등등, 응원은 고사하게 좀 해보려는 의지마저 꺾어 놓는 말을 들어야 했다.


재미있는 독립영화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를 소개하려면 우선 주인공의 신상명세를 먼저 알아야 한다. 영화 찍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30대 초반의 남자, 인기배우와 이름은 같지만 그는 배우가 아닌 감독이다. 그가 친구이자 영화 일을 도와줄 세 친구들, 각각 프로듀서, 촬영기사, 그리고 철저한(?) 무명배우와 어울리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내가는 과정을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던 인간극장의 포맷을 따와 만든 페이크 다큐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 병헌씨가 이 영화의 실제 감독이자 배우로 알았으니 사전정보는 하나도 없이 본 셈이고 배우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보았다. 하지만 30대 청춘에게도 언젠가 꽃이 필 날을 기다린다는 사실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과정들이 리얼하면서도 크게 무겁지 않게 그려져서 일반인들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 초고 시나리오를 짜내는 과정, 그걸 제작사에서 받아주는 과정,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시나리오를 고치는 과정, 그리고 캐스팅 과정들이 유머러스하게 전재되었다.

 

 


실제로는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고 최근 화두가 되는 갑을관계에 의해 왜곡되는 관계가 없지 않지만 이 영화에선 가급적 그런 장면은 배제했고, 제작사의 여성 피디와의 애매한 연정관계를 살포시 심어놓아 분위기를 띄워 놓았다. 어렵사리 써놓은 시나리오를 무려 6번씩이나 고쳐야 할 때의 심정,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그러고도 투자는커녕 언제 슛에 들어갈지 조차 알 수 없는 기다림의 연속, 그들의 초조함이 전해졌다.

 

 


이 영화는 크게 세 개의 덩어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별거인지 이혼인지 아내와 딸과 떨어져 사는 무늬만 영화감독인 병헌씨의 시나리오 제작과정, 그리고 제작사와 투자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 촬영이 여의치 못하자 부산 영화제를 보러 갔다가 듣게 된 뜻하지 않은 사실들. 이들에게 영화란 대체 무슨 의미일까?


다큐의 형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이들을 조명하는 카메라는 후반부에 적극적으로 간섭한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모두 앵글에 담는다. 독특한 방식이다. 게다가 후반부엔 병헌씨가 찍었다는 단편영화가 삽입된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큰일”조차도 마음대로 보지 못하게 간섭당하는 스탭이 아닌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찍을 수 있는 연출자라면 더욱 좋고,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그를 입봉 감독으로 발돋움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비록 귀여운 딸내미도 보지 못한 채 2평 남짓한 원룸에서 끄적거리는 수준의 글쟁이지만 언젠간 대박감독의 칭호를 기대하는 병헌씨, 그에겐 낯간지럽지만 늘 함께 해줄 친구 녀석들이 있고, 영화를 봐줄 관객들이 있다.


주인공 병헌씨 역할의 홍완표 배우는 스크린에선 배우 이병헌과 조금 닮은 듯 하고, 실제로는 목소리가 무척 닮았다. 독립영화의 블록버스터라 자칭하는 이들의 행보가 더불어 기대될 정도로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는 유쾌하다. 지금 뭔가를 하고자 하는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힘내세요, 병헌씨 (2013)

Cheer Up Mr. Lee 
10
감독
이병헌
출연
홍완표, 양현민, 김영현, 허준석, 조향기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94 분 | 201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