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닥터 - 천박한 것들의 세상 속에서 의느님으로 살다

효준선생 2013. 6. 19. 09:00

 

 

 

 

 

  한 줄 소감 : 선해보이는 웃음뒤에 감춰진 광기, 김창완 배우의 몫이다

 

 

 

 

 

남자의 분노는 어떻게 형성된 걸까? 엄청나게 공부하지 않으면 될 수 없다는 의사라는 신분으로 그의 삶은 왠지 정상에서 상당히 변질된 걸로 보인다. 성형외과 의사로 살면서도 툭하면 화를 내거나 툭하면 웃어대는 그는 전형적인 조울증 환자로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이른바 자격지심, 과거 어느 시점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주변에서의 괄시, 의심등을 받으면 그는 모멸감에 폭발하고 만다. 제어할 수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영화 닥터의 주인공은 성형외과 의사다. 한국에서 성형외과 의사처럼 잘나가는 그룹도 드물다. 당장 죽을 것처럼 아프지도 않으면서 좀 더 예뻐지고 싶은 심리를 교묘하게 부추켜 칼을 들게 하는 사람들, 이 영화는 그런 그들을 앞에 내세우고 개인적 트라우마를 기괴한 방식을 비틀어 선보인다. 상당히 잔인하면서도 섬뜩하게, 때로는 천진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선 흉포함 이상의 살벌함도 읽힌다.


딸 정도 되는 나이의 여자에게 시중을 들게 하고, 변태적 행위로 인해 가정생활은 흉내만 내고 있다. 여자는 처녀때 만난 남자친구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런 아내의 불륜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가 나지만 그녀는 보통의 여자와는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기에 더더욱 참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치정 멜로에 기반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가지 병리적 심리기제들이 다양하게 출몰한다. 조울증, 경계성 인격장애, 대리만족, 의심, 불안등 한 가지만으로 치료에 준하는 바, 이들의 증상이 돌아가며 시현될때, 그 공포감은 극심하다. 더욱이 그가 메스를 들어야 하는 의사로 환자 앞에 서야 한다는 가정이라면, 아마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여성에겐 최악의 가정법이 될 것 같다.


의사라는 직업은 일견 화려하다. 상당한 수입과 걸맞는 저택, 수준에 맞춘다는 반려자, 그리고 의사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목에 힘을 준다고 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는 직업에 대한 선망. 더불어 가장 잘나간다는 성형외과 원장이 아닌가. 하지만 알고보면 그 역시도 누군가를 사랑했다 실연당한 경험이 있는 남자였고, 잘나가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해보면 분노가 치민다. 아마도 지금처럼 잘나가는 의사가 될 거라고 그때의 그녀는 생각지 못했겠지 하는 치졸한 복수심 같은 것.

 

 


하지만 지금의 삶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 마치 맞는 않는 퍼즐을 억지로 꿰어 맞춰놓아 조금만 흔들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 불안감이다. 그가 거두어야 할 사람은 가족은 아닌 듯 싶다. 부모도, 아이도 없는 그에게 아내는 유일한 의지할 곳이었고, 그런 이유로 집에 돌아가면 어린 아내는 돈많고 나이도 많은 남편을 위해 쇼걸이 되어야 했다. 이런 삶의 반복이 가져다 주는 건 파멸이고 그 파멸이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는 지, 그 폭발 지점부터 이 영화는 자못 흥미롭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그들의 목숨은 힘없이 유린된다. 위력에 의해, 혹은 의사로서의 유리한 점을 십분 발휘하기도 한다. 그건 보여지는 공포다. 귀신이 왔다 갔다 한다고 무서운 건 아니다. 우리 곁에 멀쩡하게 존재하는 사람의 표변이 더 무섭다. 이 영화는 소위 엘리트에 의한 폭력이 타인에게 전해지는 두려움을 그리고 있다. 선과 악의 구분은 아니다. 성형외과 의사에게도 항변의 기회가 있다. 어쩌겠는가 상식적으로, 윤리적으로 이미 제어가 안 되는 살인마 곁에 가지 않는 게 최선인 걸.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닥터 (2013)

Doctor 
8.7
감독
김성홍
출연
김창완, 배소은, 서건우, 한다은, 반민정
정보
스릴러 | 한국 | 97 분 |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