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나에게 버려야 할 10가지, 지켜야 할 10가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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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배우중에 모건 프리먼처럼 안정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도 드물다. 비록 악역이라도 그가 나오면 뭔가 사연이 있겠지 싶을 정도로 믿음을 주는 연기를 한다. 그건 그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의 발로일텐데 영화 텐 아이템 오어 레스는 바로 배우로서의 그를 반추하는 내용이다.
열심히 달리듯 배우 생활을 해온 그, 실명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 캐릭터는 그의 분신인 셈이다. 오랜만에 영화 출연을 결정한 그, 어쩐지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캐릭터 연구를 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차를 얻어 타고 다니다 내린 곳은 변두리의 중소 규모의 마트, 그곳에서 유난히 열정적으로 일하는 한 여자를 만난다.
스칼렛은 올해 스물 다섯, 동거하는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지만 그녀의 하루는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그녀는 스페인에서 온 이른바 이주 노동자. 건설업체 사무직으로 면접을 앞두고 있지만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 그녀를 눈여겨 본 모건 프리먼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집적댈 정도로 그녀에게 들이댄다.
재미있는 건 마트에서 그가 출연했던 영화의 타이틀이 보이고 사람들이 그가 배우라는 사실을 알아본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외국에서 온 스칼렛이 미국배우를 온전히 알아보기란 쉽지 않고, 자신의 처지가 서글프니 그럴 여유도 없어 보였다.
이 영화는 짧기도 하고 큰 사건도 없다. 그저 베터랑 배우의 인간 탐색 다큐멘터리처럼 보였다. 그중에 스칼렛에게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열 가지와 가장 버리고 싶은 열 가지를 대보라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가 관객에서 도리어 묻고 싶어하는 것들이었다.
스칼렛이 10개 미만의 소량계산대에서 근무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인생에서도 소중한 것과 버리고 싶은 것을 각각 10개로 한정해 골라본다는 건, 영화 속 그와 그녀가 아니어도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다. 그녀가 대답하는 걸 보면 특출난 게 없다. 집뒤의 나무, 토스터기, 바람, 비오는 날 자신의 머리카락을 좋아하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아주 평범하다 못해 늘 접하는 것조차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주변에 널려있는 수 만 가지 물건들,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물건이 아까와서가 아니다. 언젠가 쓸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 물건과 얽힌 사연들을 놓지 못하는 미련들 때문이다.
모건 프리먼은 스칼렛을 통해 몇 년 동안 연기자로서 움츠리며 살았던 시간을 보상받았고, 그녀는 그로부터 낯선 땅에서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격려를 받았다. 외모만 보면 참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미국 흑인 베테랑 배우와 스페인출신의 육감적 글래머 배우의 어울림인데, 그들이 조곤조곤 내놓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산다는 건 엄청나게 큰 사건 사고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러닝타임 80분이지만 엔딩에 나오는 메이킹 필름을 빼면 70여분 남짓하다. 한번 등장한 장소와 인물들은 다시 나오지 않는다. 독특한 구성의 이 영화, 2004년 작품이지만 10년이나 지나 개봉작 타이틀에 이름을 올렸다. 모건 프리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볼만한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텐 아이템 오어 레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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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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