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별계약 - 사랑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물러간다.

효준선생 2013. 6. 18. 09:00

 

 

 

 

 

  한 줄 소감 :  눈물을 흘릴 기회가 없었나 보다. 마구 몰입해서 본 몇 안되는 영화

 

 

 

 

물이 날 수도 있었다. 조금 더 밀어 붙였다면, 아니면 눈에 들어온 황사때문이지 모르겠다. 북경의 어느 고등학교, 여자아이 도시락은 늘 삶아서 불어 툭 터진 만두뿐이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맛있는 만찬 도시락으로 바뀌어 있었다. 둘의 사랑은 그렇게 먹는 걸로 시작되었다. 요리사와 도자기 디자이너로 사회인이 된 둘, 결혼을 생각해보지만 여자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헤어짐을 입에 올리고 당황한 남자는 기한을 두고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5년 뒤, 이들의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된다.

 


 

올 봄 중국에서 먼저 개봉해 적지 않은 중국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영화 이별계약이 한국에서도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의 오기환 감독이 연출을 하고 한국의 스탭이 대거 참여한 이 영화는 그래서인지 한국 특유의 맛이 난다. 감독의 전작인 선물의 중국버전이라는 말도 있고, 아무튼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코드는 국적불문하고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니 한결 다가서기 쉬운 소재라는 느낌이다.

 

 


여자는 자신의 병마로 인해 사랑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그런 여자에게 완벽한 남편감이 되고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던 남자. 어찌보면 참 절묘한 조합처럼 보인다. 그들 사이에 꿈쩍도 하지 않은 사랑이 마치 코미디처럼 유쾌하게 통통 튀는 전반부에선 결코 이 영화의 결말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든 효과가 있다. 중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밑도 끝도 없이 웃기려는 범작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그게 한국 컨텐츠의 차별성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대체적으로 2년 정도라 말한다. 그런데 이들이 정한 계약서엔 5년이 찍혀있다. 슬프게도 5년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최대치가 아니었다. 어쩌면 먼저 떠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아프지 않게 배려하려는 마음씨였다. 이 영화에선 사랑을 정의하면서 유독 관심과 배려를 곳곳에 심어놓았다. 베인 상처를 감싸주며 덧나지 않도록 일회용 반창고가 자주 등장하며, 깨지기 쉬운 도자기의 이미지를 차용해, 자신의 처지를 대표하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폭발할 것 같은 심정을 도자기를 던지며 대신하기도 했다.

 

 


물경 5년이다. 요즘처럼 사랑이 인스턴트 식품마냥 돌아서면 다른 사랑을 향해 부나비처럼 달려들며 새로운 사랑 운운하지만, 이들은 사랑이 어찌 변하니 라며 곧이 곧대로 처신한다. 그런 사랑이 드물어지는 요즘인지라 이들의 사랑이 올드하게도 느껴지건만, 오래되서 변치 않을 남녀간의 사랑이 주는 울림은 상당히 크다. 소소한 행동이지만 둘 만의 사랑의 신호가 되는 것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변하는 건 시간 뿐 이들은 언제나 영원하겠구나 싶었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북경에서 살았기에 얼핏 스쳐지나가듯 화면에 보이는 장소들에게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때 느꼈던 알싸한 감정들이 배우들만이 아닌 배경에 이입되었다.

 

 


대만 출신 배우지만 대륙 출신 여배우와 제법 잘 맞는 호흡을 보여준 펑위얜과 수지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중국판 국민 첫사랑이라는 호칭을 얻고 있는 바이바이허는 다음에도 또 보고 싶은 신세대 배우들이다. 알콩달콩하면서도 눈물을 유도하는 이 영화가 무협영화로 단련된 중국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별계약 (2013)

A Wedding Invitation 
8.3
감독
오기환
출연
백백하, 펑위옌, 오패자, 장경부, 임미수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중국 | 104 분 |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