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람의 소리 - 범인 찾기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

효준선생 2013. 6. 17. 09:00

 

 

 

 

 

 

  한 줄 소감 : 중국 영화에 대한 편견을 일소할 수 있을 한 편

 

 

 

 

20세기 중반 동아시아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대동아공영이라는 터무니없는 침략전쟁을 야기한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각국은 항일전선을 형성했고 가장 큰 땅덩어리를 가진 중국은 마치 곪아터진 상처를 끌어안고 신음하는 거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1942년,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당시를 살던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일본의 야욕은 거셌고 거기에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은 각자의 위치에서 일본에 맞서고 있었다.

 

 


영화 바람의 소리는 바로 이즈음, 항일운동이 다양한 루트에서 이뤄지며 일본의 숨통을 조이던 때, 가장 중요한 메시지 하나를 놓고 첩자를 잡아내려는 일본군인과 거기에 맞서 죽음마저도 불사하려는 조직원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그리고 있다. 소위 폐소 심리극 형식을 띠고 있는데, 5명의 국민당 상부조직과 일본군의 대결구도는 골리앗과 다윗의 그것처럼 결말을 알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점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 영화의 골격은 이렇다. 당시 일본군은 국민당을 배타적 협력관계자로, 공산당을 척결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문제는 국민당 조직안에 공산당 첩자가 숨어들어 일본쪽으로 들어가는 정보들이 공산당 조직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파악하고는 국민당 조직의 중간 간부와 관련 부서의 직원들을 한데 모아놓고 그들을 회유와 협박, 그리고 잔인한 고문을 통해 소위 “유령”을 잡아내려고 한다. 유령이 바로 첩자인 셈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되는 설전과 눈치작전,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과연 첩자는 누굴까로 압축되었다. “범인은 바로 너”라는 공식으로 유명한 크리스티의 추리극처럼 이 영화도 그런 방식을 선택하고는 있는데, 흥미로운 건 엔딩장면에서 진실이 샅샅이 밝혀지면서다.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조직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그 사람의 마음씨와 유령은 한 명뿐이 아닐 수 있다는 힌트가 이 영화를 더욱 호기롭게 만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민당 중간 보스가 어떻게 공산당 쪽의 지령을 매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건 중국 근대사와 관련이 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 직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은 이른바 국공합작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맞서 싸운 바 있었고, 두 차례에 걸친 국공합작으로 국민당은 중국 땅을 통치하는, 공산당은 전과는 확연히 다른 실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대한 지금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영화 오프닝에서도 밝힌 바처럼 국민당 우두머리였던 왕정위는 비판의 대상이자 현대사의 비운의 아이콘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니 이들 5명 중에 누군가는 지금의 중국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해 살았다는 이야기로 승화된다.

 

 


사실 조직과 나라를 위해 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외세에 그토록 오랜 시절을 시달리고 보면, 그들처럼 공명심을 드러낸다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중국 4대 여배우라고 불리는 주신과 이빙빙이 사연많은 사이로 나오고 그 외에 장함여, 황효명, 소유붕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제몫을 해주면서 한결 탄탄한 구성을 엿볼 수 있었다. 종래 허무맹랑한 무술영화에 지친 중국 영화팬에서 이토록 잘 만들어진 중국영화를 왜 이제야, 그것도 제대로 된 극장에서 볼 수 없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바람의 소리 (2013)

The Message 
9
감독
고군서, 진국부
출연
주신, 장한위, 이빙빙, 황효명, 왕지문
정보
범죄, 스릴러 | 중국 | 112 분 | 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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