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디아틀로프 - 미스터리는 한 번으로 족하다

효준선생 2013. 6. 14. 09:00

 

 

 

 

 

 

   한 줄 소감 : 세 번째 탐사대는 언제쯤 출발할까?

 

 

 

 

 

위 냉전시대라 부르는 1950, 60년대 미국과 소련은 지구에서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원수라고 부르며 으르렁거렸던 때가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 끼인 여타 나라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두 나라의 눈치만 보았고, 잠재적 강대국 중국은 자기 앞가림도 못한채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던 때였다. 하기사 이렇게 라이벌이 있다는 건 발전과 진보를 위해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와중에 군비를 확충하고 심지어 우주전쟁까지 독려했었다는 증거들이 밝혀지면서 말 그대로 차갑다 못해 서늘한 싸움은 현재로서도 매우 흥미로운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영화 디아틀로프는 바로 이 시절, 러시아의 우랄산맥의 깊은 산 속에서 벌어진 어느 탐험대의 실종과 죽음을 재조명하기 위해 떠났던 미국의 다섯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형식으로 만든 영화다. 다큐멘터리는 진실성을 담보로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거짓으로 그렇게 보이는 척만 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영화를 보면 마치 배우들이 카메라를 들고 찍은 영상만 보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감독과 기타 스태프의 관여가 없을 리 없다. 한 편, 영화 도입부에 과거 사건에 대한 여러 사진과 영상물이 보이는데, 마치 이들이 어디선가 찾아낸 듯, 색도 바래고 우중충한 것들이 소개되지만 이런 것들도 그저 영화적 장치에 불과하다. 이런 건 푸티지 파운드라고 한다. 페이크 다큐물에서 푸티지 파운드가 교묘하게 결합되면 마치 지금 눈 앞에서 실제 있었던 것, 혹은 장소들을 찾아가는 효력이 있기에 자주 사용하는 기법들이다.

 

 

 

 

디아틀로프는 당시 팀을 이끌던 소련인 이고르 디아틀로프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고, 이들이 모두 시체로 발견된 그곳에서 두 명이 더 발견되었다는 어느 할머니의 증언이 이 영화가 후반부에 모종의 재미를 위해 뭔가를 숨겨놓았음을 알게 해준다. 아무튼 지금은 미국 젊은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러시아 땅에서 촬영도 하고 그런다지만 이들이 직면해야하는 위기는 결코 이들을 피해가지 못한다. 이 점이 이 영화의 한계이자 딜레마다. 다시 말해 5명의 미국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보기 때문에 본격적인 위협이 다가올때까지는 긴장상태로 있어야 하고, 그게 성에 차지 않으면 그냥 밋밋한 다큐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위협이 시작되면서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다. 갑작스런 눈사태로 인한 죽음과 부상, 그리고 우연히 발견된 빙설 속에서의 육중한 문, 도대체 이 영화는 어디로 가는 걸까? 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그 전과는 또 다른 판타지 호러 액션이었다. 구 소련의 비밀연구과 결국은 미국이 저지른 또 다른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을 의심하게 했고, 주인공들은 거기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 도달하면, 앞서 언급한 복선들을 드러내고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비밀의 카드를 꺼내들지만 그때까지 힘들게 끌고 온 장르를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놀래키는데 주력한다. 무섭지만 낯설지 않은 크리처들의 공격과 여기서 살아나가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분투가 이어지지만 애석하게도 깔끔한 뒷맛을 남기지는 못한다. 엔딩의 섬뜩한 기운은 또 한번의 무모한 희생으로 이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디아틀로프 (2013)

The Dyatlov Pass Incident 
1
감독
레니 할린
출연
젬마 앳킨슨, 리차드 리드, 맷 스토코우
정보
SF, 스릴러 | 미국, 영국, 러시아 | 97 분 | 201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