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 - 전직 경호원도 영웅이 될 자격은 있다

효준선생 2013. 6. 9. 09:00

 

 

 

 

 

   한 줄 소감 : 대통령이 일하는 곳을 저렇게 때려 부술 수도 있다는 마인드가 대단하다

 

 

 

 

 

금만 영리하게 버텼다면 이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눈 앞에서 몇 초 남기고 허망한 죽음을 맞다니, 행위의 선악을 떠나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들이 그 지경에 이르도록 단련했을 수많은 인고의 시간들도, 목숨이 둘이 아닐텐데 총알 한 방에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말다니, 그게 최선이었나 묻고 싶어졌다.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은 미국관객보다 한국관객에게 더 의미있는 영화다. 헐리웃 영화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한국어 대사가 나온 영화로 기록될 것 같으며, 그동안 경찰국가 미국을 괴롭히던 전 세계 수많은 나라 중에서 북한이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또한 그동안 간간히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테러를 저지르던 북한의 실체가 어렴풋이 드러난 반면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북한의 테러리스트들을 주적으로 삼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공할 만한 파괴력에 눈이 동그랗게 변함에 충분하다.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한다는 워싱턴 D.C의 상공을 뚫고 들어간 수송기 한 대로 백악관과 그 일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고, 낡은 트럭 몇 대에 나눠 탄 무장한 세력들이 엄청난 화기로 백악관의 경호원과 백병전을 벌일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산뜻한 기획은 거기까지로 보였다. 정작 미국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까지 끌고 들어간 지하벙커 안에서 그들이 한 일은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은행강도가 금고안의 돈을 털어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텐데, 협상과 겁박을 오고가면서도 도대체 이들이 얻어내려고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해부족 사태를 불러왔다.

 

 


여기서 한 가지, 테러리스트 수장으로 나오는 “강” 이라는 인물은 북한 출신으로 부모의 비명횡사의 아픔을 가진 청년(재미교포 릭 윤 분)으로 나온다. 그가 요구하는 조건은 주한미군과 항공모함의 철수 그리고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한을 달라는 것이었다. 전자야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치면 일견 이해는 되지만, 그것만으로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미군이 빠져나간 뒤 한반도의 정세를 자신들 것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인가? 철수하는 척 하고 일본근처로 나갔다가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돌아오면 그만인 것을. 지금이 1950년 쯤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보다는 두 번째 요구 조건에 답이 있었다. “강”은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의 빈곤과 기아로 허덕이는 것처럼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서 터져 버리게 된다면, 너희 미국도 빈곤과 기아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고 미국 역시 버려진 땅이 될 것이라고. 주제에 좀 더 다가서는 발언은 미국인이면서 역시 경호원이었던 자가 한 말이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얼마나 돈이 필요한가?” 사실 미국인의 눈에 그는 배신자지만 그의 눈에 미국의 대통령은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감내해가면서 지켜야 할 존재인가에 부정적으로 답을 하고 있다.

 

 


백악관이 무너진 사실에 대해 조금도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대신 백악관이 뭐라고 거길 구경삼아 갔다가 이유도 모른 채 총알에 맞아 죽은 관광객들과 일반 시민들이 불쌍하다. 제 나라 국민들이 처참하게 죽었고 자신을 지켜주던 경호원들이 총에 맞아 신음하는 데도 그저 제 아들만 찾아대는 미국 대통령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대통령으로서야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의 생사가 걱정이 되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대통령의 자리는 원래 그런 것이다. 군림하려 들지 말고 봉사할 생각만 해야 하는 것임에도 그들은 여전히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 자신과 위대한 미국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 모양이다. 기발한 상상력, (아니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였다.) 으로 무장한 이 영화에서 또 다시 일당백에 능수능란한 위대한 미국영웅을 등장시켜 급박하게 마무리 짓는 모습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가지고 결국 해냈다며 큰 소리 치는 격이다. 

 

 


이 영화를 보니, 제 나라는 제가 지키는 것이 맞는 이야기이며, 언제까지 다른 나라의 군사력에 의존해서는 목숨 부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한폭탄이 초침소리를 내면서 줄어들 때, 다들 어떤 기분이었을까? 제대로 한 방 터져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어차피 즐기자고 만든 오락영화 아니던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백악관 최후의 날 (2013)

Olympus Has Fallen 
7.9
감독
안톤 후쿠아
출연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아론 에크하트, 릭 윤, 파인리 제이콥슨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19 분 | 201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