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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랑스 다이어리 - 기록은 기억만이 아닌 세상에 알려질때 밝은 빛을 낸다

효준선생 2013. 6. 6. 08:30

 

 

 

 

 

  한 줄 소감 : 거장의 앵글은 계속될지어다

 

 

 

 

 

생을 한우물만 파는 사람을 장인이라 부른다면 프랑스의 사진작가 레이몽 드파르동은 장인이 맞다. 사진이 주는 영감은 셔터를 눌러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데 영화 프랑스 다이어리를 통해 그가 선사하는 화면들은 그가 느끼고 축적해 온 감정의 소중한 기억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질곡의 세월 40여년 동안 그의 앵글 안에 들어가 있는 혹은 있던 피사체들은 움직이거나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말하고 있는 것을 잘 들어보면 프랑스의 근 현대사와 크게 차이가 나질 않는다. 어느 시골의 촌로와 정신병원, 레드카펫 위의 스타들은 물론이고 전쟁과 시위의 현장에서 심지어 인질이 잡혀있던 적의 소굴 안에서 그의 카메라는 돌았다. 그와 피사체 사이엔 오로지 카메라만 존재하고 있기에 그 어떤 사전 콘티도 불필요했다. 이야기를 하거나 표정을 짓거나 무시했다. 그런데 그게 다 이야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들.

 

 


2007년 휴식이 필요했다. 당시로서는 나쁘지 않았던 사양의 디지털 카메라 한 대를 사고 배낭을 둘러메고는 북경으로 향했다. 익숙한 그곳에서의 일년, 1만 여장의 사진을 찍었고 나만의 기록으로 남겼다.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혼자서만 봐야하는 사진이기도 했다. 하지만 허전했다. 그 느낌은 나중에서야 사진을 추리며 깨달았다. 내가 찍은 사진들 속엔 사람의 온기가 없었다. 건물을 메인으로 휙 지나가는 듯한 행인들의 무표정함만 담겼을 뿐이다. 사물은 언제 찍어도 늘 모습이겠지만 사람은 다르다. 좀 더 다양한 이야기다. 그걸 담지 못했다는 건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면서도 자괴감이었다. 그리고는 사진 찍기를 그만두었다. 사람을 담지 못한다는 건 일종의 잠재된 의식 속의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찍어도 되나요? 라고 물은 뒤 드러나는 표정들은 자연스럽지 않다. 마치 세상에 나만이 세상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도록 허락받은 것처럼 렌즈를 들이밀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용기라는 건 그때 쯤 알았다.

 

 


프랑스는 생각보다 영토가 넓다. 아니 식민지 시절을 지나며 이미 국기는 거둬졌지만 그 땅에 남은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하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이 영화에서 아프리카 분쟁국 대부분에선 프랑스어를 쓴다. 레이몽은 그들을 캡쳐했다. 간혹은 총을 들고 그를 무섭게 응시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연대기적 흐름을 선택한다. 1960년대 중반에서 시작해 21세기가 훌쩍 지난 시점까지, 레이몽이 가지고 있는 필름을 사지 혹은 영상으로 선보인다. 마치 우연히 발견한 풋티지 영상처럼, 두서없이 시간 순대로 펼쳐놓았다. 그런데도 오묘하게 이야기가 된다.

 

 


영화의 나레이터는 그의 영상 디렉터이자 파트너인 클로딘 누가레가 맡았다. 그녀의 모습이 드러난 건 영화의 말미에서였다. 꽤나 미인이었다. 레이몽은 빛을 누누이 강조했다. 좋은 빛이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낸다고, 해질녘 눈앞에 가리는 것이 없는 곳에 올라 그는 기다렸다. 그리고는 달랑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만족해 한다. 아마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일생을 두고 자기가 가장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레이몽 드파르동의 이 작품을 통해 사진과 영상으로 그 내용을 알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그의 삶처럼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어느 베테랑 장인의 모습을 반추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멋진 삶이 아닌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프랑스 다이어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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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클로딘 누가레, 레이몽 드파르동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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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큐멘터리 | 프랑스 | 100 분 |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