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뜨거운 안녕 - 먼저 떠나는 길 외롭지 않도록

효준선생 2013. 6. 5. 08:30

 

 

 

 

 

   한 줄 소감 : 잠시 왔다가 가는 것 뿐인데... 

 

 

 

 

 

음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경우라면 자기가 죽는 순간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고사를 제외하고는 없을 듯 싶다. 특히나 오랜 투병생활의 끝이 병마의 끝이 이승과의 이별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과 자기와 관계를 맺고 살았던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회한으로 못견디게 우울해질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얼마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은 시한부 삶을 사는 환우의 경우는 괜히 치료로 인해 짐만 남기고 떠나나 싶어 괜스레 자리가 불편해지기도 하다.

 

 


호스피스 병동은 이렇게 죽음을 목전에 둔 환우들이 마음으로 편한함을 느낄 수 있게 조치를 해주는 공간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 하건만 영화 뜨거운 안녕은 그 공간을 의미있게 엮어나가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들 고칠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이 세상과 안녕을 고하기 위해 이곳에 머문다는 마음을 가진 곳, 비록 겉모습은 일반인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한 번씩은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저 신나고 밝기만 한 곳이 아님을 환기시켜준다.

 

 


이들을 대면하는 건, 사회봉사활동을 온 철없는 아이돌 가수지만 결국 관객의 눈이 되고 말았다. 집안에 아픈 환자가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사람이라면 눈물짓게 할 법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냥 넋놓고 앉아 울게만 하지는 않았다. 그 결말이 어찌되었든 희망의 찬가는 들려질 것이고 먼저 떠나는 사람에겐 환송의 노래가, 남겨진 사람에겐 위안의 노래로 들릴 것이다.

 

 


스물을 갓 넘긴 처녀가 말기암이라는 사실에 좌절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밝았다. 이제 겨우 열 살인 소녀가 백혈병이라는 사실에 왜 하늘은 심술을 부리냐며 원망도 할 법하지만 이들과 이들의 가족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치기 보다는 자연의 섭리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다소 과장될 법도 하건만, 이 영화가 마냥 신파로, 혹은 마냥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로 흐르지 않았던 건 균형감 때문으로 보인다. 울어볼까 싶다가도 웃기는 장면이, 웃어볼까 하다가도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기에 저렇게 웃고 울 수 있으니 얼마가 되었든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혼자 떠나는 길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어차피 사람은 혼자 이 세상에 오지 않았는가. 태어날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죽을 때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남겨진 사람들에게 슬픔만 남길 뿐이다. 첫 번째 할머니가 죽으면서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이 그렇게 절실할 수가 없었다.


불사조 밴드의 기수별 사진들이 차례로 보여 질 때 한 사람 한 사람 멤버가 교체되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영원히 같은 멤버로만 지속될 수 없는 밴드지만 그들의 부르는 노래는 결국 삶을 노래하는 것이다. 이승에 왔다 갔다는 흔적처럼 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뜨거운 안녕 (2013)

Rockin'on Heaven's Door 
9.2
감독
남택수
출연
이홍기, 마동석, 임원희, 백진희, 전민서
정보
드라마 | 한국 | 99 분 |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