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잠시 왔다가 가는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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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경우라면 자기가 죽는 순간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고사를 제외하고는 없을 듯 싶다. 특히나 오랜 투병생활의 끝이 병마의 끝이 이승과의 이별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과 자기와 관계를 맺고 살았던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회한으로 못견디게 우울해질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얼마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은 시한부 삶을 사는 환우의 경우는 괜히 치료로 인해 짐만 남기고 떠나나 싶어 괜스레 자리가 불편해지기도 하다.
호스피스 병동은 이렇게 죽음을 목전에 둔 환우들이 마음으로 편한함을 느낄 수 있게 조치를 해주는 공간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 하건만 영화 뜨거운 안녕은 그 공간을 의미있게 엮어나가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들 고칠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이 세상과 안녕을 고하기 위해 이곳에 머문다는 마음을 가진 곳, 비록 겉모습은 일반인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한 번씩은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저 신나고 밝기만 한 곳이 아님을 환기시켜준다.
이들을 대면하는 건, 사회봉사활동을 온 철없는 아이돌 가수지만 결국 관객의 눈이 되고 말았다. 집안에 아픈 환자가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사람이라면 눈물짓게 할 법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냥 넋놓고 앉아 울게만 하지는 않았다. 그 결말이 어찌되었든 희망의 찬가는 들려질 것이고 먼저 떠나는 사람에겐 환송의 노래가, 남겨진 사람에겐 위안의 노래로 들릴 것이다.
스물을 갓 넘긴 처녀가 말기암이라는 사실에 좌절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밝았다. 이제 겨우 열 살인 소녀가 백혈병이라는 사실에 왜 하늘은 심술을 부리냐며 원망도 할 법하지만 이들과 이들의 가족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치기 보다는 자연의 섭리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다소 과장될 법도 하건만, 이 영화가 마냥 신파로, 혹은 마냥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로 흐르지 않았던 건 균형감 때문으로 보인다. 울어볼까 싶다가도 웃기는 장면이, 웃어볼까 하다가도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기에 저렇게 웃고 울 수 있으니 얼마가 되었든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혼자 떠나는 길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어차피 사람은 혼자 이 세상에 오지 않았는가. 태어날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죽을 때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남겨진 사람들에게 슬픔만 남길 뿐이다. 첫 번째 할머니가 죽으면서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이 그렇게 절실할 수가 없었다.
불사조 밴드의 기수별 사진들이 차례로 보여 질 때 한 사람 한 사람 멤버가 교체되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영원히 같은 멤버로만 지속될 수 없는 밴드지만 그들의 부르는 노래는 결국 삶을 노래하는 것이다. 이승에 왔다 갔다는 흔적처럼 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뜨거운 안녕 (2013)
Rockin'on Heaven's Door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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