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이클립스 - 삶은 기본적으로 쓸쓸한 모양이다

효준선생 2013. 6. 3. 08:05

 

 

 

 

 

   한 줄 소감 : 아일랜드 특유의 처연함이 뚝뚝 뭍어난다. 배우도 정경도...

 

 

 

 

 

랑하는 사람과 사별한지 몇 년이 흘렀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개중엔 따라 저 세상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보면 그 상실감이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충격이다.


아일랜드 작은 마을에서 고등학교 목공예 교사로 근무하는 마이클 역시 2년 전 喪妻했건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듣는 현상으로 혼자 살아가는 삶이 버겁기만 하다. 아직 어린 남매를 생각하면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싶지만 오늘도 땀으로 흥건한 이부자리를 나서며 한숨만 늘어간다.

 

 


그런 마이클을 다시 살 수 있게 해준 동기는 바로 문화축제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운전이 가능하고 지리에 능숙한 그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유명한 작가들을 숙소에 모셔다 주는 일을 맡았다. 그의 손님은 바로 소설 더 이클립스를 쓴 여류작가 리나 모렐. 이 영화의 제목과 같은 더 이클립스는 리나가 유령의 존재에 대해 쓴 이야기다.

 

 


갉아먹다(蝕)라는 의미의 이클립스는 천체 현상의 하나로 달이 해를(혹은 그 반대) 가리면서 부분적으로 혹은 전부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드물게는 몇 백년에 한번 발생하는 이 신기한 천체의 비밀로 예전 사람들은 일종의 계시같은 것으로 밑기도 했다. 지금이야 고성능 망원경만으로 관측이 가능했지만 옛날엔 그야말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 더 이클립스는 극중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대입해보면 일종의 공황장애로 인한 강박이라고 보인다. 마이클 역시 3번에 걸쳐 장인의 흉측한 얼굴과 잘린 팔로 인해 악몽을 꾸기도 하고 간신히 마음의 위로처를 찾았다고 생각한 리나 모렐에게 연적이 생겼다는 고민으로 다시금 심연에 빠지기도 했다.

 

 


주인공 마이클의 외모는 복싱 웰터급 이상의 세계챔피언의 모습이다. 주먹 한번만 휘두르면 모두가 나동그러질 것 같아 보였지만 심성은 착했다. 배려심도 강하고, 한번의 아픔때문인지 마음에 담아 둔 여인에게 섣불리 고민조차 말하지 못한다. 이 영화느 한 홀아비의 재가를 다룬 영화는 결코 아니다. 엔딩을 통해 넌지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개벽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신 신경과 치료정도를 받아야 할 것 같은 한 남자의 위로와 교감을 근사하게 펼쳐 놓음으로써 비슷한 상황에 처한 뭇 남성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일랜드 땅의 음울함은 바로 주인공의 심리인데, 불쑥 튀어나오는 등장하는 유령의 존재와 함께 마이클의 심리도 제법 잘 표현한 듯 싶다. 이즈음이 되면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쫄김함도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고 러닝타임도 84분 정도로 길지 않다. 여러 이야기 가지를 쳐내고 오로지 남자의 심리변화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니 이보다 진득할 수 없다. 중간에 흘러나오는 켈트족의 단조 음악과 맞물려 한의 정서가 농밀하고, 진부한 결말로 완결시키지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더불어 마이클의 연적이자 이 영화를 탄력있게 만든 베스트 셀러 작가로 나온 에이단 퀸의 푼수스럽고 다소 얄미운 캐릭터도 눈여겨 볼 만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이클립스 (2013)

The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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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코너 맥퍼슨
출연
시아란 힌즈, 이븐 야일리, 에이던 퀸, 도로시 코터, 엔나 하드윅
정보
드라마 | 아일랜드 | 88 분 | 2013-06-05